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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광장 Dec 16. 2023

가슴 시리게 하는 지난 10년

오늘은 머리를 다듬기 위해 미용실에 다녀왔다. 비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한 날씨다. 이어폰을 안 가져가서 모처럼 사색을 즐기며 다녀왔다. 10년 전 다니기 싫던 회사를 퇴직하고 강사의 길을 선택했다. 내가 하려고 하는 분야에 이미 베테랑 강사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강의가 내 차례까지 오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시민단체에 소속되어 있었기 때문에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동료들이 많았다. 동료들이 많다 보니 이런저런 강의를 물어왔다. 나와 관계없는 강의, 돈도 안 되는 강의뿐이었다. 그래도 동료들과 함께 어울려 웃고, 울며 다녔다. 그때 우리들이 했던 강의 내용은 지금 생각해 보면 형편없었다. 그래도 때 묻지 않은 순수한 강의였고, 즐거웠다.    

 

오늘 미용실에 갔다 오면서 그 당시 추억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 당시에 강사의 꿈을 안고, 함께 했던 동료들 중에 지금까지 강사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은 몇 명 안 된다. 매주 만나서 강의안을 만들고, 같은 학교로 강의를 나갔다. 강의 끝나고 함께 점심이나 저녁을 먹으며 학생들의 반응을 얘기하며 많이 웃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언제까지 함께 강사의 길을 걸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고, 3년이 지나고, 5년이 지나면서 몇 명씩 모습이 안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강사의 길을 걷기 시작한 지 꼭 10년이 되었다. 어떤 길이 되었든 한 길을 10년 이상 걷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듯하다.     


10년이 되었지만 지금도 강사로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 20년 된 강사들은 강의가 많지만 10년 된 나는 강의가 그리 많지 않다. 이제 10년이 되었지만 또 10년을 버텨내야 20년이 된다. 20년이 되기 전에 또 얼마나 많은 강사들이 그만두겠는가? 20년을 해낸 강사들이 얼마나 대단한가? 그 강사들이 강의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   

  

20년이 된 강사들과 10년밖에 안 된 내가 그들과 비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시간을 이겨낼 장사는 없다. 10년 20년의 세월에 한 우물만 판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강사가 되겠다고 회사를 그만두었지만 강의는 없고, 뚜렷하게 할 일이 없었다. 그렇다고 TV를 즐겨 보는 편도 아니었다. 그래서 동네 도서관에 나가기 시작했다. 아침 먹고 도서관에 가서 책 읽다가 점심 먹으러 집에 왔다가 다시 도서관에 가서 책 읽다 저녁에 돌아오는 하루하루가 쌓였다.   

   

오늘은 설레는 마음으로 도서관으로 가던 공원길, 도서관에서 맘껏 책을 읽고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던 천변 길이 가슴 시리게 다가왔다. 그 당시에는 미래가 불투명했고, 경제적인 면도 어려웠다. 하지만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두려움이 찾아오면 긍정의 마음으로 몰아냈다.     


지나고 나니 지금은 가슴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운 시간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맘껏 즐겼어도 좋았을 텐데. 미래와 돈 걱정하지 않았어도 좋았을 텐데. 지금도 미래에 대한 걱정이 전혀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그래도 그때만큼은 아니다.   

  

강사로 살아남기 위해 10년이 걸렸다. 앞으로 10년은 작가로 성장하기 위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 10년 매일 쓰고 또 쓰고 하다 보면 성장할 것이다. 지금까지 경험에 의하면 처음에 블로그에 글을 쓸 때와 지금은 큰 차이가 있다. 누군가의 평가가 아니라 내 스스로 느끼는 평가다.

     

이렇게 매일 10년간 글을 쓴다면 내 글도 팔리는 글이 될 것이다. 10년간 강사로 일을 했더니 이제 먹고 살 정도의 돈을 버는 강사가 되었듯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먹고 살 정도가 된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그 과정은 힘들겠지만 지나고 나면 가슴 시리게 좋았다고 추억할 것이다. 그래서 난 걱정 버리고 과정을 즐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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