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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광장 Dec 14. 2023

경험은 100% 믿을 수 없다.

우리의 기억은 백 퍼센트 믿을 수 없다. 즉 기억을 왜곡하거나 편집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기억을 어떻게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무의식이 형성된다.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경험을 부정적으로 왜곡하거나 편집하여 형성된 무의식이 쌓이면 부정적인 사람이 된다. 반면 긍정적으로 왜곡하거나 편집한 무의식이 쌓이면 긍정적인 사람이 된다.     


우리는 경험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경험의 주인이 되면 과거를 바꿀 수 있다. 나에게 혹독했던 과거도 지금 현실에 맞게 긍정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아니면 혹독했던 과거를 지금 현실에 맞게 부정적으로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즉 경험의 주인이 되어 경험을 긍정적으로 아니면 부정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경험의 주인공이 되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 힘이 없으면 경험에 끌려 다닌다. 현재 상황이 긍정적인 상태여야 과거의 경험을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가 부정적인 상태라면 과거의 경험도 부정적으로 왜곡하거나 편집할 가능성이 높다.  

   

나는 가난한 시골 농부의 딸로 태어났다. 그 당시에는 기성회비, 육성회비, 월사금을 내야 했다. 초등학교(우리 시절에는 국민학교) 몇 학년 때인지 확실하지는 않은데 뚜렷하게 남아 있는 기억이 하나 있다. 뚜렷한 기억이라고 하지만 왜곡 편집된 기억일지도 모른다.   

  

기성회비인지 육성회비인지 월사금인지 모르겠으나 선생님께서 그날까지 꼭 가져오라는 돈이 있었다. 아침에 가방을 메고 엄마에게 돈을 달라고 했더니 다음에 가져가라고 했다. 나는 엄마에게 안 된다고 생떼를 부렸다. 엄마는 학교에 가지 말라고 했다. 나는 할 수 없이 학교에 가려고 논둑길을 걸어갔다. 학교에 가서 선생님에게 혼날 생각을 하니 학교에 가기 싫었다. 그래서 논둑길에 서서 엄마를 향해 소리소리 지르며 울부짖었다. 울부짖던 나의 모습에서 기억은 끝이다. 학교에 갔는지 안 갔는지 엄마에게 끌려가서 매를 맞았는지 학교에 가서 선생님에게 혼났는지 기억이 없다.  

   

이 기억과 경험을 어떻게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 될 수도 부정적인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이 기억이 떠오를 때는 '어린 것이 깡다구가 있었네. 마을이 떠나가라 소리소리 지르며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었네'라는 생각을 하며 미소 짓는다. 부정적으로 왜곡하여 편집할 수도 있다. 그 어린아이에게 제때 육성회비도 줄 수 없이 가난했으니 선생님과 친구들 앞에서 얼마나 창피했을까? 그렇게 가난하게 자랐으니 지금도 이렇게 힘들게 살 수밖에 없지. 라는 부정적인 해석을 할 것이다. 

    

우리는 과거의 나, 현재의 나, 미래의 나로 나눠볼 수 있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내가 만들었다. 미래의 나는 현재의 내가 만들어 낼 것이다. 가장 중요한 나는 현재의 나이다. 과거의 나도, 미래의 나도 현재의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다. 과거의 나도 지금 내가 얼마든지 왜곡하고 편집해서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현재의 내가 건강해야 과거의 나도 긍정적인 나로 만들 수 있다. 지금의 내가 건강하지 못하면 과거의 나도 부정적으로 만들어 낼 확률이 높다.  

        

초등학교 때 몇 푼 안 되는 돈이 없어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창피를 당했던 과거의 나를 당돌했구나? 그렇게 당돌했기에 지금까지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걸을 수 있었구나. 참 대견하게 잘 해냈어. 라는 식으로 왜곡 편집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뇌는 과거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경험을 만들며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그 경험을 재편집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지우고 싶었던 경험이 있다면 스스로 재편집해서 제작하면 된다. 인생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과거의 경험을 나름대로 재편집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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