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를 졸업 후 대학원에 가려고 했으나 떨어졌다. 형제들의 도움을 받아 1년 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학원을 수료했으나 논문이 통과되지 않았다. 논문을 다시 쓰고 있는 과정에서 한 남성을 알게 되었고, 결혼했다. 일본에서 함께 살기로 했는데 한 달 후부터 폭력이 시작됐다.
의처증이 심해서 학교를 갔다 오면 별의별 트집을 잡으며 폭력을 휘둘렀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내 인생 이제 끝났구나.’하는 심정으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출국 신청도 하지 않고 혼자서 귀국했다. 결혼할 때 주위에서 많은 반대가 있었다. 그런데 몇 달도 살지 못하고 혼자서 귀국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친구 집을 돌아다니며 많은 생각을 했다. 이대로 헤어지고 나면 나중에 분명히 후회할 것 같았다. 헤어지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한 후에 헤어져야겠다는 생각으로 남편을 한국으로 불러들였다. 시댁으로 들어가서 약 2년간 살았고, 1년은 분가해서 살았다. 내가 노력하면 폭력은 없어질 것으로 믿으며 3년을 견뎠다. 하지만 그것은 내 생각일 뿐이었다.
도저히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노력을 했기에 미련 없이 이혼 신청을 하고, 소송 중에 합의로 이혼을 할 수 있었다. 3년이라는 세월이 너무나 힘들었고, 억울했다. 독신으로 살겠다는 생각으로 공부만을 했는데 한 남성에 의해 하루아침에 공든 탑이 무너졌다고 생각하니 나 자신이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여성인권단체에서 일을 하며 느낀 것은 가정폭력의 경우 몇십 년을 참고 살아도 고쳐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더 긴 세월 참지 않고, 내 인생을 찾은 나 자신에게 감사할 뿐이다.
그 당시에는 억울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3년은 많은 것을 깨닫게 했다. 내 인생에 제삼자가 끼어들었을 때는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한 가정을 이루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알았다. 겸손을 배운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잘한 일을 손에 꼽으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이혼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