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는 내가 좋아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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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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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안이 텅텅 비었다. 계란도 없다.

장을 봐야겠다 싶어서 씻고 나갈 준비도 다 끝냈는데

안방에서 작업하던 남편이 유튜브에서 공포괴담 모아둔 걸 발견했다면서

같이 보자고 신난 춤사위로 나를 불렀다.

그래서 그냥 침대에 누워버렸다. 앱으로 배달시키면 무거운 것도 많이 살 수 있으니까!


무시무시한 공포 썰에 연신 무서워! 너무 무서워!를 외치면서

눈과 손은 빠르게 앱을 훑었다.

뭘 사놔야 한동안 장을 안 볼 수 있을까.

오늘은 뭘 해먹을까.


이것저것 쟁여둘 것을 고르고 마지막으로 채소 카테고리를 보는데

쪽파가 눈에 들어왔다.

파전!

파전 먹으면 너무 맛있겠다!

파만 들어간 파전을 먹으면 아쉬우니까 해물믹스도 사야겠다!

콧노래를 부르면서 결제했다.


몇 시간 뒤 주문한 재료들이 오고,

나는 바로 부엌 앞에 섰다.


김치볶음밥이랑 파전이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오늘 그걸 다 먹고 싶으니까 다 한다.

우리집 요리사는 나니까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한다.


먼저 김치를 잘게 썰고 식용유를 두른 팬에 투명해질 때까지 볶아준다.

어느 정도 됐다 싶으면 갓 지어놓은 흰 쌀밥을 크게 두 번 퍼서 넣는다.

같이 볶아주다가 케찹 두 바퀴를 둘러준다.

그리고 다 볶은 밥을 팬 한 쪽으로 밀어넣고

계란을 풀어 스크램블이 될 때까지 익힌 뒤에 하나로 합쳐준다.

그리고 불을 끄고 참기름을 한 바퀴 두른다.


20살 처음 자취를 할 때 엄마에게 배운 두 번째 요리 레시피다.

첫 번째 요리 레시피는 뭐였냐면 김치전이었다.

맞다. 나는 김치 없이 못 사는 사람이다.


아무튼 김치볶음밥을 다 만들어두고

빠르게 쪽파를 씻고 썰었다.

부침가루를 넣고 물을 넣고. 반죽을 어느 정도 만들면 계란 한 알을 깨뜨려준다.

해물믹스까지 다 섞고 나면

동그란 팬에 두 장 구워준다.


대학생 자취시절 내내 별명이 전 마스터였는데,

전 하나는 기막히게 굽는다고 해서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었다.

전 잘 굽는 건 엄마 피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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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먹고 싶은 요리는 과정이나 뒷정리나 하나도 귀찮지 않다.

먹고 싶은 욕망이 훨씬 더 커서이지 않을까.


하고 싶은 걸 하는 건 어떤 일이든 내 몸은 힘들지라도 마음은 힘들지 않다.

오히려 마음이 더 채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아니, 배가 채워져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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