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하숙집
2000년,
스무 살의 나는 고향을 떠나 서울에 왔다.
신림동,
지금 생각해보면 -
좁고 가파른 언덕길을 돌아
몇 번째 골목이었을까.
햇살이 들지 않는 오래된 하숙집의 작은 방에서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다.
내 방은 낡은 2층 집의 1층에 있었고,
옆방에는 병석에 누운 할아버지와
그 곁을 조용히 지키는 주인 할머니가 살고 있었다.
학생이라 부를 만한 사람은 나뿐이었고,
집 안은 늘 어두웠고,
꿉꿉한 냄새가 났다.
창문은 옆집의 벽과 맞닿아 있었고,
낮에도 형광등을 켜지 않으면
방 안은 밤처럼 캄캄했다.
방에 하나뿐인 전등이 나갔지만,
주인 할머니에게 말을 꺼내는 것도 힘들어
그저 어둠 속에서 지냈다.
주인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날도
부모님은 물론,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마주칠까 봐
화장실을 나가는 일도,
방을 나서는 일도 두려웠다.
학교에 가는 길,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늘 사람들의 눈을 피해 움직였다.
누군가와 마주치지 않도록 귀를 기울이고
발소리를 줄이며 살폈다.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았고,
고향에도 가고 싶지 않았다.
그냥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조용히 잊히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시절의 나는
외로웠고,
용기가 없었고,
희망도, 기쁨도 없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웠고,
어두운 방 밖으로 나가는 일이
늘 두려웠다.
지금 생각하면,
그건 명백한 우울증이었다.
아무도 몰랐고,
나도 몰랐다.
그저 그렇게 살았다.
그리고 지금,
그 시간을 어떻게 견디고 여기까지 왔는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그냥 시간이 지나서였는지도 모른다.
혹은
내가 모르는 사이,
누군가의 온기나,
어떤 문장 하나,
혹은 희미한 빛 같은 무언가가
나를 조금씩 끌어올려준 것인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 시절의 내가 내 앞에 앉아 있다면
나는 그 아이를 꼭 안아주고 싶다.
정말 예쁘고,
정말 착한 아이라고.
'언젠가 너는 내가 된다.
지금보다는 모든 게 나아질 거야.
그저 살아 있기만 하자.'
그때의 내가 버텨준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을 조용히 지나온 지금의 나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참 멋지다.
너는 단단하고,
용감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다.'
나는 끝내 그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나는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