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누군가에게 괜찮았던 사람
'정말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던 적이 있을까?'
나는 아직도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 진료로 인생이 크게 바뀌었다는
극적인 이야기 같은 건
내겐 없다.
“지난번에 원장님한테
침 한 번 맞고 싹 나았어요.”
“원장님한테만 오면 다 나아요.”
"저한텐 여기가 마지막 보루에요."
오히려 그런 말을 들으면
나는 조금 조심스러워진다.
그런 말들은,
내가 정말 그런 사람이 맞는지,
그 말이 너무 쉽게 나온 건 아닌지,
마음속에서 여러 번 되짚어 보게 한다.
그런데도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의외로 아주 조용한 데 있다.
바로,
잊을 만하면 다시 오는 사람들.
어떤 증상으로
몇 달에 한 번,
혹은 1년에 한두 번.
특별한 설명 없이
조용히 다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
그들이 나를 치유한다.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익숙하게 눈을 마주치고,
말이 많지 않아도
공기가 다르다.
차트에서 이름을 검색하지 않아도
어디가 아파서, 어디서 왔는지
서로를 잘 아는 사이.
몇 번의 계절을 함께 지나고,
몇 번의 진료를 조용히 이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런 관계가 된다.
"잘 지내셨어요?"
그 짧은 인사 속에
우리는 서로를 기억하고,
말보다 많은 것을 주고받는다.
다시 돌아오는 그 얼굴을 보면
말보다 더 큰 확신이 찾아온다.
설명 없는 친밀함.
말없이 쌓여온 신뢰.
그게,
지나온 시간의 증거다.
그들은 나에게
“원장님 덕분에 다 나았어요.”
라고 말하지 않는다.
익숙한 듯 치료받고
또 익숙한 듯 돌아간다.
하지만 나는 안다.
사람은 아무 데나 가지 않는다.
몸이 아프다고
아무에게나 몸을 맡기지는 않는다.
그들의 그 조용한 방문이
말보다 더 큰 위로로 다가오는 날이 있다.
특히
내가 상처받은 날,
무력감을 느끼는 날,
내가 하는 일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날엔
그 익숙한 얼굴들이
내 마음의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린다.
그들과의 관계는
성과나 설명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단 한 번,
진심이 전해졌던 순간이 있었기에
다시 찾아오는 것이다.
그걸 보면, 나는 알게 된다.
'완벽한 해결사가 아니어도,
나도 한 때 누군가에게
괜찮았던 사람이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