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자기 글을 주진 않으니까

시간이 지나서야 이해하게 된 어떤 건넴

by 조자연


“읽어보세요.

원장님 얘기예요.

한의원에서 착안해서 썼어요.”




한때, 진료실에 자주 오던 환자가 있었다.


다른 일을 하면서, 글을 쓴다고 했었다.


늘 말이 많았고,
자기 이야기를 길게 하는 편이었다.


마음의 허기가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그 사람이 조금 부담스러워졌다.


진료가 끝나고도 한참 앉아 있다 가곤 했고,
때론 나의 다정함이

지나치게 끌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 날,
그 환자가 프린트 한 묶음을 내밀었다.


“읽어보세요.
원장님 얘기예요.
한의원에서 착안해서 썼어요.”


나는 받아 들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 종이를 펼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가 뭔가를 잘못 건넨 걸까.’
‘이 관계, 괜찮은 걸까.’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


그 종이에는
어설픈 문장이 있었고,
조금은 과장된 한의사 캐릭터가 있었다.


현실보다 더 따뜻하고,
현실보다 더 상처받은.


나는 그 글을 조용히 읽고,
서랍 안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그제야 문득, 그날의 일이 떠올랐다.


지금이 되어보니 알겠다.


누구에게나 자기 글을 주고 싶지는 않다는 것을.


글은 마음이다.

한 사람에게 조심스럽게 내미는 고백이고, 손길이다.


그때 나는
그 마음을 몰랐다.


읽어는 보았지만,
제대로 ‘받아’ 주진 못했다.


그 사람이 지금도 글을 쓰고 있을까.

그때보다 조금 더 단단해졌을까.


내가 그렇게 받아주지 못한 건
그 사람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았을까.


이제는 안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주는 게 얼마나 큰 일인지.


한 편의 글을 내민다는 게
얼마나 많은 망설임을 지나온 용기인지.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는
그 한 다발을 내민 마음을 기억하게 되었다.





“당신이 조심스럽게 내민 그 용기,

그때는 미처 다 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 마음,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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