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좋다 해서 왔어요

자발성이 없는 시작이 가진 한계

by 조자연

“○○가 너무 좋다고 해서 와봤어요.”

그 말을 그냥 반갑게만 듣기엔

내가 이 일을 너무 오래 해버렸다...




사실은 반가운 말이다.

내가 정성 들여 진료한 환자가,

좋은 기억으로

주변에 소개했다는 뜻이니까.


그 마음이 고마워서,
소개로 온 분에게도 처음부터

더 정성을 기울이게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렇게 ‘소개로 온 분’은

기대만큼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초기 반응이 애매하면

금세 마음이 멀어진다.


진료가 끝난 후에도 그 사람이 떠오른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를 소개해준 ‘기존 환자’가 떠오른다.


괜한 부담을 드린 건 아닐까.


그분은 나를 믿고, 좋은 마음으로 소개했을 텐데
그 마음이 어긋난 것 같아 자꾸 마음이 쓰인다.


내가 잘못한 게 있는 건 아니지만,
내가 개입된 관계인만큼

괜스레 마음 한편이 무거워진다.


처음에는 단순히 궁금했다.


왜 소개로 온 환자는

기대만큼 자연스럽게

관계가 이어지지 않을까.


같은 치료를 했고,

같은 마음을 썼는데...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알게 됐다.


문제는

소개 자체가 아니라,
‘시작의 마음이 누구에게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권유로 온 사람은,
치료가 ‘자기 일’이 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어쩌면 너무 기대가 컸을 수도 있다.

지인이 너무 좋다고 해서,

'나도 곧 좋아지겠지'하는 마음으로 왔는데

막상 내 몸은 그만큼 빨리 반응하지 않으니

그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것이다.


혹은

자신이 납득하기 전에

누군가의 말에 이끌려 왔다는 사실이

어느 정도의 저항감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나는 별로 원하지 않았는데...' 하는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며 만들어 내는 미묘한 거리감.


또 다른 경우엔,

지인과의 관계 안에서

무언가 비교하고 있는

기분이 들 수도 있다.
“○○는 두 달 만에 좋아졌다던데…”

같은 말을 스스로 되뇌며,

'나는 왜 그만큼 좋아지지 않지?' 하는

실망과 불편함에 빠지기도 한다.


결국,

나아지는 속도보다 중요한 건,
'그 사람처럼 되지 못한 나'에 대한

실망인 듯하다.


나는 그럴 때,
치료보다는 관계가 망가질까 봐

더 조심스러워진다.


그러다 보면

상대의 마음보다 먼저

내 불편한 감정을 살피게 되는

나를 마주하게 된다.


운동도, 공부도, 관계도 그렇듯

누가 하라 해서 억지로 시작한 일은
어느 순간부터 버겁고,
그 결과마저도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치료도 마찬가지다.


“내가 진짜 낫고 싶어서 왔다”

마음 없이 시작된 치료는
작은 변화에도 흔들리고,
누군가의 말에 실망하기 쉬워진다.


그런 경우, 실제 몸의 반응보다
‘심리적으로 이 과정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게 오히려 더 중요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나는 언젠가부터
소개로 왔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속에서 먼저 조심스러워진다.


굳이 묻지는 않는다.

다만, 말투나 눈빛, 표정 같은 것들로


이 사람이 지금 이 자리에

충분히 생각한 끝에,

자신의 판단으로 이 자리에 온 것인지,


아니면

아직 마음이 준비되지 않은 채

누군가의 권유로 이끌려 온 것인지,


그 미묘한 결은 어느새 전해지곤 한다.


나는 그걸

조심히 발을 맞춰야 할

마음의 간극으로 느낀다.


치료는 결국 함께 만들어가는 길이지만,
그 길은 언제나 단순하지 않다.


의사가 아무리 애써도,
스스로 걷겠다는 마음이 없다면
그 길은 종종 멀고 낯설게만 느껴진다.


몸을 먼저 움직였더라도,
마음이 따라오는 순간부터
비로소 무언가가 시작된다.


그전까지는,
나는 계속해서 거리를 살피게 된다.


어디까지 다가갈 수 있을지,
어디쯤에서 기다려야 할지...


그리고 나는
"마음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자리에
너무 성급히 들어간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소개로 오셔서

지금은 편안히

치료를 이어가고 계신 분들도 많습니다.


어쩌면 그분들은

'소개로 왔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이제는 이곳을 '자기만의 자리'

받아들여주신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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