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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쌤 Sep 11. 2018

호남여행-여수

퇴사 후 여행

2017 호남투어 마지막 여행지는 여수였다.

작정하고 남쪽으로 여행 온 마당에

다도해 바다는 보고 가야하지 않겠는가.


바다를 접하고 있는 도시들이라고

그 풍경이나 분위기가 천편일률적이지 않다.

시끌시끌 화려한 부산,

아기자기한 통영,

가슴이 뻥뚫리는 청량감의 양양, 속초

인천, 강화, 서해안의 고요한 해지는 바다...

그리고 여수는 또 어떤 공기일까?


맨 먼저, 해상케이블카를 타보기로 했다.

통영의 성공사례에 힘입어

최근 바닷가 도시들마다 해상케이블카 설치가

붐을 이루고 있는데,

#여수해상케이블카 

생긴지 얼마되지 않은 '신상'이었다.

특히,

바닥이 강화유리로 만들어져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케이블카는

기다리는 줄도 길고 가격도 조금 더 비쌌다.

케이블카에 편하게 앉아 창밖으로 내려다보는

거북선대교와 여수 구항의 풍경은 일품이었지만,

발아래 바다풍경은 글쎄...

굳이 돈을 더 내고 보지않아도 될 뻔했다.

여수해상케이블카
여수 구항과 발 아래 바다


아따~ 서울 촌놈들 여수와서 식겁하네~


우리가 도착한 주말은 마침,

여수불꽃축제가 예정되어 있었다.

해가 넘어갈 무렵에 버스를 타고

중앙동 로터리 쪽으로 이동하는데,

시커먼 구름이 산을 넘어 낮게 깔리는 것이 보였다.

이제껏 본 적 없는 빠른 먹구름인지라

꽤나 신기하고 불안했는데...

아니나다를까,

버스에서 내리기도 전에 엄청난 장대비가 쏟아졌다.

"그냥 지나가는 소나기겠지..." 하고

작은 우산 하나를 펼쳐

일단 근처 수퍼앞으로 비를 피해 들어갔다.


그리고 약 두시간동안 억수같은 비가 쏟아져 내렸고,

결국 불꽃축제는 첫날 일정이 취소되었다.

태어나서 그렇게 비를 많이 맞아본 적은

처음이지 싶었다.

불꽃이 아니라 비때문에 느껴본

아주 화끈한 경험이었다.


우리 부부는 그렇게 허탕을 치고,

실성한 사람마냥 피식피식거리며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 근처 작은 식당에서 먹은

꿀맛같은 해물탕에 위로를 삼으며

여수에서의 첫 날을 보냈다.

비가 퍼붓는 여수 이순신광장 / 힐링이 돼준 해물탕


이튿날은 일정이 빠듯했다.

#로타리식당 에서 싸고 맛있는 백반정식을 맛보고,

곧바로 돌산도에 있는 #향일암 으로 향했다.

로터리식당 백반정식

개인적으로

부산에 있는 해동용궁사, 양양 낙산사와 같이,

바다를 향하고 있는 절집 풍경을 좋아한다.

또, 이 곳 향일암은 또한 '관음성지'라 하여

불자들에겐 '소원을 잘 들어주는 절'로도 유명하다.

굳이 소원을 빌지 않아도

가슴이 답답할 땐 확트인 바닷가 절에서

파도치는 바다를 한참 바라보기만 해도,

뭔가 정화가 되는 기분이다.

그러나 워낙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보니...

주차장에서 새치기에, 자리맡기 등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이는 어른들이나,

특산물인 갓김치를 파는 행상들이

지나치게 호객행위를 하는 모습은

이젠 좀 사라져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향일암 바다풍경, 거북조각상

 

어제는 비 때문에 무산되었지만,

아직 불꽃축제 이틀째 일정이 남아있다.

불꽃구경도 하고 배도 채울 맛집을 검색하고,

음주를 감안해 차없이 걷기여행 동선을 짰다.


특히, 오늘은

부산에서 한걸음에 달려온 아내 친구부부까지 합세하여,

제대로 먹고 마고 구경하고 놀아보기로 한 것이다.


우선은 #돌산대교 옆 '하얀집' 식당에서

#하모샤브샤브 로 배를 채웠다.

장어요리 자체가 가격이 비싼편인데다가,

일손이 달려 서빙이 좀 늦긴했지만

기대한 것보다 훨씬 맛있었고,

종업원도 친절하였다.

사실은 이 집에서 죽치고 앉아 불꽃축제까지 구경하며

여유있게 식사를 하려던 참이었는데,

너무 맛있는 나머지 너무 빨리 먹고 나왔다.ㅎㅎ


난감해하던 차에,

하얀집 식당 주인께서 친절히 길을 알려주셨다.

돌산대교 다리아래를 지나 수산물특화시장을 거쳐,

연등천을 따라 걷다보면

#교동시장 #포차거리 가 나온다는 말씀.

이 길을 따라 가면,

불꽃축제 인파를 피해서 여수 '원조 포차거리'에서

또 한번 신나게 달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우리는,

바닷가에서 빵빵터지는 폭죽구경에,

불꽃구경하는 사람 구경에,

사진도 열심히 찍어가면서 기분좋게 거닐었다.

돌산대교 / 하모 샤브샤브
여수불꽃축제 / 교동시장 포차거리


이렇게 마음편히 취해본 적이 언제였던가...


걷는 도중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미소가 더욱 커졌다.


그날 밤 우리는 기어코 '코가 삐뚤어지도록' 마시고는

취기에 '여수밤바다' 노래를 열번도 넘게 부르고

숙소에 돌아오는 길에서 막춤도 춰가며,

 여수의 늦은 여름밤을 제대로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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