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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쌤 Sep 10. 2018

호남여행-전주

퇴사 후 여행

반나절 군산투어를 마친 우리는

전주로 향했다.


전주에는

꽤 오랫동안 출장으로 머무른 적이 있지만

구 도심과 떨어진 신도시에서 일만 했을 뿐,

한옥마을 등을 제대로 둘러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우선 숙소를

전주한옥마을 내에 있는 한옥민박으로 정했다.

아주 전통 그대로의 한옥은 아니었지만,

지붕높은 복층에, 냉난방, 실내 욕실, 깔끔한 정원까지

여행자의 숙소로는 호텔 부럽지 않았다.


특히,

전통 한옥의 경우 천장이 낮아 기와지붕에 내리쬔 열기 때문에

실내가 무척 더운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곳 개량형 한옥은 천장을 높게 지어서

8월 한여름에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시원할 정도였다.


호탕한 웃음의 주인 아주머니는...

집 바로 앞에다 주차공간도 만들어주시고

손수 제작한 한옥마을 약도로 안내도 해주시고,

아침 조식 대용으로 다과도 내어주시는 등 그 인심에 또 한번 감동했다.

전주 한옥 민박


경기전 내 어진박물관,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전주사고를 둘러보고,

전주성 남문인 풍남문과 전동성당, 한옥마을 야경까지

알찬 첫 날 일정을 보냈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나는 경기전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쏟아지는 뙤약볕을 피하기에도 에어컨 빵빵한 어진박물관이 괜찮았다.

임진왜란 당시 어진과 실록을 담아 피난을 가던 모습을 재현한 모형이 흥미로웠다.

마당에 나와서는 건물의 형태며 배치, 심어놓은 나무와의 조화와 운치,

한낮의 풍경과 해질녘의 풍경도 비교해가며 사부작사부작 거닐었다.

풍남문 앞에서는 동학 농민군이 이 성을 어떻게 함락시켰을까 하며

눈을 감고 상상해보기도 하였다.


뜨거운 차를 조금씩 마시듯...


여유를 가지고 조금씩 음미하는 여행의 맛이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아마도 일정에 쫓겨 '훅~'하고 지나가는 단체 관광이었다면,

이런 생생한 경험을 해보지 못할 것이다.


저녁으로는

말로만 듣던 '부러질듯 한 상차림'에

막걸리를 거나하게 먹고 행복한 하루를 마무리 지었다.

경기전
막걸리집


이튿날 한나절도 역시 한옥마을에서 보냈다.

전주 출신의 소설가 최명희 님의 문학관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최명희 문학관'은 작은 마당을 품은 기품있는 전통 한옥이었다.


나는 일필휘지를 믿지 않는다.


장편소설 '혼불'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문학관 내에 전시된 짧은 한 문장에서도

작가가 고뇌끝에 한줄한줄 완성한 단어와 표현들이,

작가의 목소리가 마음에 쏙 들어와서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이 느껴졌다.

최명희 문학관


최명희 문학관과 바로 인접한 '전주부채문화관'도 찾았다.

손선풍기에 밀려 요샌 볼 수 없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전통 제품이 부채다.

넓은 기와지붕이 멋진 전주부채문화관에서는

전시관 내 다양한 전통부채도 구경하고,

체험관에서 질좋은 부채에 직접 그림도 그려넣어

개인 '완소 아이템'으로 삼았다.

전주부채문화관


여행을 하기 전,

전주에 대한 이미지는...

비빔밥, 콩나물국밥, 막걸리, 그리고

한옥마을 꼭 가보라는 사람들의 추천 정도가 전부였다.


실제로, 전주에서 보낸 짧은 일정동안

보고 체험하고 먹고 마시고 한, 모든 일들에

하나도 아까움이 없었다.

'멋'과 '맛'이 살아있는 전주.

기회되면 한번 살아보고 싶은 고장이었다.



*팬데믹이 지나간 여름날, 나는 다시 전주한옥마을을 방문하였다.

 예전에 묵었던 한옥민박은 그대로였지만,

 그때 그 막걸리집은 문을 닫았고,

 전체적인 한옥마을 상권이 많이 쇠락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서울이고 지방이고 어디 피해를 입지 않은 곳이 있겠나만,

 유독 황량해보이는 지방 관광지의 모습이 안타까웠다.(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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