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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자연 Sep 11. 2023

요가수련일지 #6 짧고도 깊은 명확한 숨

무엇보다 호흡을 정돈하며 준비하는 시간에 정성을 들인다

#6 두 번째 테라피 요가


화요일 가장 첫 타임에 진행되는 테라피 요가. 한 마리의 백조 같은 선생님이셨다. 팔과 다리, 목이 유난히 길었고 목소리와 말투 그 사이 어딘가에서 특유의 우아함이 흘렀다. 이번 수업의 핵심은 골반이었다. 마침 잘됐다. 균형을 잡는 일과 골반의 정렬을 맞추는 일에 젬병이었기 때문이다.



테라피 요가는 무엇보다 호흡을 정돈하며 준비하는 시간에 정성을 들인다. 엉덩이를 바닥으로 내리고 그 중력에 의지적으로 나의 힘을 더욱 얹어 몸의 정렬을 정수리부터 머리 목 허리까지 맞춘 후에야 비로소 한 호흡을 제대로 쉰다. 요가를 하며 가장 먼저 느끼는 장점은 매 순간 관성으로 뱉어내는 숨을 매우 정성껏 의식하는 일이다.



매 호흡에 집중하는 일이야 말로 생명의 근원을 다시금 돌아볼 수 있다. 이 놀라운 숨은 도대체 어디서 왔을까. 나는 어떻게 이 숨을 내쉬며 호흡하고 있는가 하는 생명의 놀라움을 상기시킨다. 가슴을 들어 올리며 갈비뼈를 열어 길게 마신다. 후에 내 몸에 들어있는 모든 숨을 밖으로 뱉는다. 몸 전체의 무게를 느끼며 끝까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도록 최대한 뱉어낸다.



여러 번의 호흡을 하는 동안 의식적으로 생각을 비우려 노력한다. 긴 호흡을 진행하면 10초 남짓 소요되는데 처음에는 별별 생각들이 떠다닌다. 지금은 단서조차 기억나지 않을 만큼 사소하고도 엉뚱한 조각들이 유유히 스친다. 그러다 마지막 숨을 뱉을 때쯤 호흡에 집중해 저절로 낮의 기운에 안개가걷히 듯 순식간에 사라진다.



억지로 무언가를 비워내고, 잊으려 발버둥 치고, 털어내기 위해 애쓰는 일은 어쩌면 더욱 돌아가는 길인지 모르겠다. 다른 무엇에 몰두하는 게 어쩌면 덜 애쓰며, 덜 안쓰럽고, 조금 더 자연스러운 비움처럼 느낀다.



골반의 정렬을 맞추는 일은 예상보다 고되다. 오랫동안 틀어져 있었기에 잘못된 자세가 훨씬 편하게 느껴진다. 골반을 제대로 맞추고 순간 자세의 난이도 훨씬 올라간다. 이 마저도 정렬이 제대로 맞는지 확인이 어렵다. 아주 기본적인 동작부터 하나하나 골반을 풀어가기 시작했다. 골반 옆 고 관절을 풀어내는 동작들과 본격적으로 골반에 힘을 끌어낼 수 있는 자세를 알려주셨다. 기본적으로 골반의 힘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골반을 말아 올려 코어를 잡아주어야 한다. 그 이유는 골반을 맞춘 후 코어의 힘이 들어가야 허리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후굴’과 같은 허리를 젖히는 동작을 진행할 때 부상이 발생하기 쉬운데 코어와 골반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그렇다.



자주 반복했던 자세에서 골반의 정렬을 맞추니 힘이 가운데로 모아졌다. 특히 코브라 자세를 할 때는 허리에 힘이 거의 들어가지 않고도 진행할 수 있다. 이래서 매일이 수련인 듯하다. 가끔 자세가 유달리 힘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 경우 대게 힘을 주어야 할 곳이 아닌 곳에서 몸을 사용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우리의 몸은 제각각 움직이지 않는다. 모든 게 우리가 알지 못할 정도로 촘촘하고 또 섬세히 연결되어 있음을 다시 느낀다. 모든 건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 호흡을 제대로 쉬는 일, 몸의 정렬을 맞추는 일이 그렇다.



요즘의 나는 특히 가슴을 열고 코로 깊은 숨을 쉬는 일, 모든 숨을 끝까지 내뱉는 일. 팔목에 의존하지 않은 채 손 끝으로 바닥을 밀어내는 일. 서 있을 때는 발가락 하나하나의 힘을 사용해 보는 일. 지나치게 긴장된 어깨에 힘을 빼고 아래로 끌어내리는 일. 손으로 골반의 위치를 확인하며 정렬을 맞추는 일. 골반을 말고 엉덩이를 내린 후 코어의 힘을 쓰는 일. 온몸의 힘을 사용해 균형을 잡는 일. 언제나 존재하는 중력에 조금씩 더 저항해 보는 일 등이 그렇다.



매일 습관적으로 하던 자세와 호흡을 제대로 맞추려니 어쩌면 매일이, 아니 그 찰나의 순간들이 모두 수련의 과정이겠다. 고로 매 순간 수련이다. 요가를 시작하길 잘했다. 근원에 대한 물음과 또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신비를 생각하니 매 순간이 감사하고 기쁠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한번 쉬는 이 짧고도 깊은 명확한 한 호흡보다 놀랍고 감사한 일이 과연 어디 있을까.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고 바꿀 수도 없는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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