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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자연 Oct 08. 2023

요가수련일지 #8 스스로를 의심하지 말아요.

잘하고 있으니 다른 사람을 보고 쉽게 흔들리지 마세요.

#8 무거운 몸을 이끌고 간 아쉬탕가



전날 새벽까지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잔뜩 채워 넣은 무거운 몸으로 아쉬탕가 수업에 참여했다. 갈까 말까 라는 고민조차 하지 않고 움직였다는 사실이 조금은 기특했다. 수리야 나마스카라 A와 B를 각각 3회 진행하고 앉아서 하는 자세들로 이어갔다. 역시나 반복되는 아쉬탕가의 모든 수련을 평소처럼 마치는 줄만 알았다. 



늘 반복하던 마지막 동작이 아니었다. 벽돌처럼 생긴 요가 블록을 활용한 새로운 동작이었다. 바닥을 보는 자세에서는 선생님의 음성에 의지해야만 했는데 사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왼쪽과 오른쪽을 잘 구분하지 못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가령 외부에 화장실이 있는 경우 우회전과 좌회전을 헷갈리기 일쑤였고 그로 인해 왼쪽 검지 손가락에 낀 반지로 구분했다. 그러니 오른손을 무릎 안으로 넣어 잡으라는 별거 아닌 요청에도 잠시 버벅거리는 버퍼링이 걸린다. 멈추어 어느 쪽인지 확인한다. 볼 수 없을 때에는 좌우 구분은 할 줄 알아야 음성을 따라 움직일 수 있다. 



한 치 앞을 보지 못할 때 옳고 그름의 구분할 기준이 있어야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한 발로 서서 중심을 잡는 동작이 유독 어려웠던 날이다. 유연성 때문이 아닌데 왜 이렇게 균형 잡는 게 어려운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만큼 진행한다. 



의심하지 마세요. 

거기가 맞아요. 

다른 사람들을 보지 않아도 됩니다. 



이 단순한 몇 마디. 

단호하고 단단한 음성이 보지 못하는 나에게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모른다. 



벽을 등지고 몸을 뒤로 젖히는 드롭백을 며칠 전부터 시도했다. 발끝부터 힘을 주고 골반을 안으로 접어 가슴을 들어 올리며 거꾸로 벽에 손을 짚으며 천천히 내려간다. 어제는 바닥에 닿는 것까지 성공했다. 오늘도 완전히 바닥으로 내려갔다. 오늘은 원래 내려갔던 동작들을 뒤로 되감기 하듯 원래 자세로 돌아오는 것을 시도해 보자고 하셨다. 바로 컴 업. 그게 가능할까. 했던 나의 작은 의심을 뒤로하고 일단 해보자. 천천히 손을 벽에 짚고 올라오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제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이걸 내가 했다니 새삼 신기해서 눈이 동그래졌다. 겁먹지 말고 차분히 동작을 마무리한다. 



여전히 머리서기는 어렵다. 

아무렴 당연하지. 

아직 3주 차 밖에 되지 않았는 걸. 



오늘은 머리서기를 하며 뒤로 쿵 하고 넘어졌다. 항상 뒤로 넘어지면 허리를 다치게 될까 너무 두려웠는데 생각보다 아프지 않아서 놀랐다. 천천히 할 수 있는 만큼! 몸과 마음이 준비되는 만큼! 멈추지 않고 나의 속도에 맞추어 가면 그만이다. 



무거웠던 몸이 어느새 가벼워진다. 이 조그마한 사각형 매트 안에서 중심을 잡고 틀어진 골반을 조금씩 정렬을 맞추어 보고 한 동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늘려가는 일이 뿌듯하고 기쁘며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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