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켜주는 사티시 쿠마르의 말
요즘 새로운 습관이 생겼습니다. 자고 일어나 눈을 뜨면 곧바로 스크랩해둔 인터뷰 기사 하나를 꺼내 읽어요. 눈으로 밑줄을 그으며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곱씹지요. 그러고 나면 ‘그래, 슬슬 일어나 봐야지, 이제 뭔가를 한번 궁리해 봐야지.’ 하는 마음이 생겨납니다. 생각해보면 신기한 일입니다.
오랜 프리랜서 생활, 일은 끊기려나 싶으면 이어지고 끊기려나 싶으면 또 겨우 이어져 왔지만 최근에는 달랐습니다. 이제 정말 끊어지겠구나 실감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편지함에 꽂히는 청구서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안정된 생활을 위해 이제 고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일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고민이 깊어지고 있었습니다. 오래전 스스로 버리고 나온 '꼬박꼬박 월급 받는 삶'을 아쉬워하는 모습이 자각될 때면 겸연쩍기도 했어요.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는가 스스로에게 자주 되묻기도 했고요. 그동안 제게 가장 중요했던 가치였던 자유로움 대신 안정의 세계를 기웃거리던 어느 날, 신문에서 이 말을 만났습니다. 날짜가 좀 지난 신문이라 버리려다가 습관적으로 몇 장을 뒤적였는데 거기에 어쩌면 제가 가장 듣고 싶었을 이 말이 놓여 있지 뭐예요.
“저는 제 학생들이 위험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모험하길 바라요. 쉬운 답을 좇지 않으면 좋겠어요. 모험 없고, 어려움 없이 꼬박꼬박 월급 받는 평범한 삶은 지루한 인생입니다. 저는 창조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도전적인 일을 찾기를 바랍니다. 새로운 서점을 창조하거나 새로운 식당을 창조하거나 새로운 농장, 새로운 출판 사업을 벌이는 거예요. 단지 돈을 벌고 청구서를 지불하기 위해 사는 삶은 인간의 가치를 낭비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땅에 온갖 청구서를 납부하러 오지 않았습니다.”
평화운동가이며 교육자라는 사티시 쿠마르.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습니다. 신문 한 면을 다 채운 제법 긴 인터뷰가 밀물처럼 훅 마음속으로 들어왔어요. 밀려 들어온 파도를 타고 잔잔한 바다 한가운데로 나온 것처럼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더니, 어떤 힘이 순간적으로 솟았습니다. 굳게 닫혀 있던 용기의 문을 두드리고 열어젖힐 힘이 말이지요.
무기력해지려는 몸과 마음을 일으켜 세워준 말. 그때부터 수시로 그의 말을 꺼내 읽습니다. 그 말에 가만히 기대어 있으면 안도감 같은 게 듭니다. 삶을 멀리 바라보라는 말, 위험하지만 뭔가 도모해봐도 좋다는,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그의 말을 만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새로운 무엇’을 창조하는 일이 물론 쉬운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쉬이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천천히 차근차근 찾아내 보자, 하고 말이지요.
내일 아침 눈 뜨면 다시 불안이 몰려올 수도 있겠지만, 다시 의기소침해질 수도 있겠지만 전보다는 초조하지 않아요. 지금 당장 변화를 꾀할 수 없다 해도, 그리고 결국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혹시 누군가도 저처럼 지금 어떤 선택의 시점에 서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당신이 있다면 함께 이 인터뷰를, 그의 말을 나누고 싶습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558969
P.S. 그리고 궁금해집니다. 요즘 당신을 일으켜 세워준 말은 어떤 것이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