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나를 구해줄 가장 작고 확실한 도구
내가 인생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은 ‘변수’다.
내 예측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가장 큰 스트레스다.
그런 날이면 마음이 허공에 던져진 풍선처럼 이리저리 흔들린다.
단단한 줄기가 부러져, 내 의지가 아닌 외부의 상황에 따라 매가리 없이 휘청이는 기분은 정말이지 최악이지 않은가?
어우씨, 생각하면 할수록 사람으로 사는 게 진짜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인생은 생각보다 훨씬 불친절하다.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도 없이, 나한테 묻지도 않고 변수를 던진다.
오늘은 괜찮았는데 내일은 아닌 날이 온다.
그럴 때마다 무너지면, 결국 나만 손해라는 점이 가장 분하다...
계획했던 하루 일정, 공부, 작업이 모조리 틀어진다.
하지만 세상은 나의 멈춤 따위엔 관심이 없다.
결국 바깥은 계속 흘러갈 뿐이고, 나만 멈추어 있는 상태가 된다.
이대로 있다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아까운 하루를 통으로 날리게 될 게 뻔하다.
얼른 정신을 부여잡고 다시 하루 일정을 꾸역꾸역 소화한다.
내 기분 따위는 일단 뒤로 미룬 채로.
그런데 불규칙하게 찾아오는 변수들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 번아웃이 와 모든 루틴이 깨진다.
순간, 가슴이 화로 꽉 차서 금방이라도 몸이 터질 것만 같다.
그럴 때마다 나는 긴급 구조를 요청하듯, 나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을 무언가를 찾는다.
당장 내가 '좋다'라는 감각을 느끼게 해주는 것들, 그것들로 나는 다시 숨을 고를 수 있다.
이 감각을 충족하는 조건은 단 하나, 품값이 많이 들지 않을 것.
그저 내가 좋다고 느끼는 것, 에너지를 빼앗지 않으면서도 나의 기분을 확실히 채워주는 무언가면 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산뜻하고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나는 유난히 머리가 아픈 날이면, 꼭 카페가 가고 싶다.
입구를 열고 들어가는 순간 퍼지는 원두 향에 마음이 느슨해진다.
그 냄새를 맡으면 다른 세계로 폴짝 넘어온 것만 같은 해방감이 있다.
내가 원래 있던 세계에서 묻어온 피로와 잡념이 싹 녹아내리며, 독에 가득 찬 내가 퇴마 당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문을 열고 카페 안으로 한 발자국 들어서면, 고소한 원두 향을 먹듯 큰 숨부터 들이쉰다.
그곳의 커피의 풍미가 깊든 얕든 하등 중요하지 않다.
그냥 ‘아, 좋네.’라는 가벼운 느낌 하나면 충분하다.
평범한 공간과 향기가 괴로운 상태의 나를 긴급 구조하는 산소호흡기가 된다.
또 하나를 말해보자면, 단백질이 들어간 음식을 먹을 때 나는 좋은 기분이 든다.
마치 강력한 아이템을 손에 쥐어 레벨 업을 한 용사가 된 것만 같다.
괜히 강해진 느낌, 그리고 체력이 차오르는 감각이 내가 좋은 기분을 느끼도록 해준다.
이런 것들이 내 뇌와 피, 심장에 좋은 신호를 보내는 최소한의 자극이다.
큰돈이 들지도, 감정을 소모하지도, 대단한 집중력이 필요하지도 않다.
그저 내 몸과 마음이 좋아하는 것을 놓치지 않고 허락해주기만 하면 된다.
만약 정말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에게 단 한마디만 전할 수 있다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죽기 직전까지, 당신이 좋아하는 걸 찾아다녀주세요.”
좋아하는 건 계속 변한다.
나이가 들고, 계절이 바뀌면 내 마음도 바뀐다.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인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평생 찾아다녀야 한다.
지금 좋다고 느끼는 것을 오래 붙잡으려 애쓰기보다, 그때그때 나를 산뜻하게 하는 걸 새로 발견해야 한다.
물론 누군가에겐 사치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 시간에 돈을 더 벌지, 좋아하는 걸 찾는다니? 그럼 소는 누가 키우냐?"
라고 말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좇는 일’이야말로 후순위로 미뤄둘 수 없는 막대한 책임이다.
그건 단지 나 자신을 위한 게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가장 빠른 방법이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꿀팁을 하나 알려주겠다.
내가 돈을 못 벌게 되는 것?
병이 생기거나 몸이 다쳐서 건강이 나빠지는 것?
전혀 아니다. 이건 그런 부류의 문제가 아니다.
자고로 돈이란 벌 때가 있으면 못 벌 때도 있는 것이고, 건강은 시간, 그리고 회복하려는 노력으로 어느 정도 되돌릴 수 있다는 기대를 품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다시 나아질 거야"라는 희망은, 주변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기도 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가장 빨리, 최대한 깊게 불행하게 만드는 건 따로 있다.
내가 삶의 낙이 없는 채로 사는 것이다.
기쁨을 느끼는 능력을 잃은 나의 모습을 곁에서 오래 오래 지켜봐야 하는 사람들은, 서서히 그리고 빠르게 무너지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사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큼 잔혹한 지옥은 없다.
그러니 내가 좋아하는 것을 느끼는 감각을 잃지 않는 것, 이것을 최소한의 의무처럼 인지해야 한다.
'좋다'라고 느끼는 감각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다.
힘든 순간 나를 구해주는 가장 작고 확실한 도구다.
그 감각을 만만하게 생각해선 곤란하다.
그러니 오늘 하루는 그 감각에 집중해 보자.
요즘 나, 뭐 할 때 좋은 기분이 들지?
그 산뜻한 답이, 변수 가득한 삶에서 나를 구하고 보호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