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겁지 않게, 그러나 허무하지 않게
우리는 종종 인생을 ‘끝이 있을지 없을지 모를 대장정’으로 여긴다.
인생이 하나의 대장정이라면,
그 끝에서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되어 있지 않거나
엄청난 보상이 따르지 않으면 굉장히 억울하고 허무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여태 지내온 현실을 돌아보자.
충분히 고생했는데 따라오지 않는 보상,
내 잘못이 아님에도 나를 힘들게 하는 상황,
나 정도면 착하게 산 것 같은데 내 안에 서려 있는 뭔가 모를 수치심.
삶은 매뉴얼처럼 논리적이지 않고, 앞뒤 안 맞는 일이 훨씬 많다.
그래서 삶은,
대장정보다는 잠깐 다녀오는 소풍에 가까운 것이다.
앞으로의 글들은 삶을 '짧은 소풍'처럼 바라보려는 시도이다.
삶을 소풍으로 대함으로써, 너무 진지하게만 붙들지도 않고, 그렇다고 모든 것을 대충 흘려보내지도 않게 된다.
나는 이런 마음가짐으로 삶에 일어나는 순간들을 새로운 언어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삶을 조금 더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향으로 번역하는 것이 글의 목적이다.
소풍을 하는 중에는
길가에 보기 싫은 쓰레기가 있을 수도 있고,
옷이 더러워질 수도 있다. 하지만 소풍이니까 괜찮다.
쓰레기를 보더라도, 옷이 더러워져도,
결국 이건 잠시 놀러 온 소풍이니까,
저쪽에 소풍 온 다른 이가 나의 옷을 털어줄 수도 있다.
반대로 그 사람이 넘어져 흙에서 구르고 있으면 내가 손을 잡아 일으켜줄 수도 있다.
그런 와중에도 예쁜 돌멩이가 보이면 주워 담을 수 있고, 기념처럼 간직할 만한 뜻밖의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우리 어렸을 적 소풍이 그랬듯이,
돌아올 때는 “벌써 끝났네?” 하는 아쉬움만 남겠지만,
그게 바로 우리가 살아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러니, 살아가면서 흔들릴 수 있지만 과몰입은 하지 말자. ‘어떻게 해야 더 행복한 소풍을 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저 이것에 대해서만 소망하자.
이 연재에서는,
삶 / 자아 / 사랑이라는 세 가지 주제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거창한 답을 내리려는 것이 아닙니다.
해석에 실패하는 순간도 많았고, 앞으로도 많을 것이고,
십수 년이 지나서야 이해되는 순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불완전함 속에서도
우리는 오늘, 지금을 살아가야 합니다.
우연히 우주로부터 초대받아 이 세상에 태어난 날부터,
우리는 대차게 흔들리며 수많은 순간에 닿아온 것처럼요.
이 글은 그 순간들을 제 시선으로 번역하여
오늘을 잘 소풍 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입니다.
그 길 위에서 마주한 울림들을 당신과 나누고 싶습니다.
소풍이 끝난 뒤에도,
마음에 든 작은 돌멩이 하나쯤은
호주머니 속에 남아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