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메달 Sep 20. 2023

변희봉 배우님 편히 쉬세요

깐느영화제 레드카펫, 75세에 서다.



변희봉 배우님, 편히 쉬세요


변희봉 배우님의 장례식이 오늘 9월20일(수)이다. 1966년 MBC공채 2기 성우로 데뷔하여 2020년 은관 문화훈장을 받을 때 까지 활동을 하다가 23년 9월 18일에 결국 영면의 길로 들어갔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의 배우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국제영화제의 레드 카펫을 밟았는 작품이 있는데 그것이 봉준호 감독의 <옥자>였다. 75세로 칸느 레드카펫을 밟았다. 그해 <옥자>는 넷플렉스 투자로 만든 영화로 상영관에서 개봉을 하네마네로 참 시끄러운 연속이었다.



출처_엠빅뉴스, 유튜브 화면 캡쳐


나는 운 좋게도 2017년 제70회 깐느영화제를 참여하는 행운을 얻었다. 나, 거기 칸에 참석한 행운을 얻었지만 내가 무슨 전문 영화인도 아니고 그저 독립영화를 찍은 감독과의 연으로 잠깐 도와주러 간, 거기 칸에서 만났던 변희봉 배우님. 그와의 인연을 잠시 기억한다.



2017 깐느영화제_한국영화의밤 초대장



깐느영화제에 참여했지만 한국영화의 밤 행사에는 감독과 주인공 배우 이렇게 2명만 달랑 초대되었다. 독립 영화의 한계이고, 서글픔이지. 깐느 가서 그런 서러움을 그대로 안고 오기가 싫어서 내가 영진원 사람들을 설득하고, 애걸(?)하여 영광스러운 그 자리의 '한국영화의 밤'초대장을 받았다.


내 인생에서 언제 그런 자리 가 볼 수 있을까 싶어서 영진원 담당자에게 꽤 집요하게 부탁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들어가서 그 행사를 즐기며 셀렙들과 사진을 두 장 찍었는데 한 분은 봉준호 감독이었고, 한 분은 변희봉 배우였다. 봉준호 감독과의 사진 촬영 에피소드는 나중에 기회되면 풀기로 하고, 오늘은 변희봉 배우님과의 그 짧은 순간을 기억하려고 한다. 사람을 향한 따뜻한 기운이 깊어서 돌아와 나는 그 순간을 글로 남겼더랬다. 문화 월간지에 정기 칼럼 쓸 때인데 사람을 끌어모으는 힘, 이라는 주제로 글을 썼다. 오늘 그 순간의 기록을 다시 끄집어내서 읽었다.



조연이었으나 언제나 감칠맛 나는 연기가 있어서 나름 팬을 자처하던 터였다. 오늘 발인날 그 분의 영면을 기원하면서 몇 년 전에 내가 쓴 글을 다시 읽는다.



"편히 쉬세요"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출처_엠빅뉴스 유튜브 화면 캡쳐





변희봉 선생님과의 짧은 순간의 만남


2017년 칸 영화제에서 만났던 그 배우, 변희봉

사람을 모으는 힘


2017_깐느영화제 메인 포스터


나, 거기 칸에 참석한 행운을 얻었지만, 내가 무슨 전문 영화인도 아니고 그저 독립영화를 찍은 감독과의 연으로 잠깐 도와주러 간, 거기 칸에서 만났던 변희봉 배우님.



변희봉 배우와 박찬욱 감독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었는데, 인사 끝에 나랑 변희봉 배우와 눈이 마주쳐서 내가 가벼운 목례를 하며 눈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나는 알지만 배우는 나를 모른다. 그럼에도 눈이 마주쳤을 때 인사를 해야겠다는 이끌림이 있어 인사를 했다. 그의 반응은 놀라왔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음에도 나에게 준 따스한 눈빛을 준다. 와, 상대를 바로 압도하더라. 전혀 낯설지 않았다. 전혀 거만하지 않았다. 나에게 눈인사를 하는데 사실 좀 놀랍더라. 저게 배우의 기본 포스인가 하는 그런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그 눈빛이 사람을 잡았다.




내가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평소 팬이었다고 인사를 하고 저도 사진 한 장 찍으면 좋겠다고 했다. 바로 포즈를 취해 주었다. 매니저가 와서 내 핸드폰을 받아 들고는 사진을 찍어주었다. 사진 한 장 같이 찍었다고 뭐 내가 단박에 그의 매력에 빠졌다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사람을 압도하는 그런 힘이 있더라.




2017_깐느영화제_한국영화의 밤_변희봉 배우님과



그래 사람은 저렇게 나이 들어야 해, 저런 매력이 있으니 오랜 기간 일을 하는 것이고, 주변의 후배들이 여전히 같이 일 하자고 역할 매김을 하는 것이고, 여기 깐에서 사람들과 교류하고 공감하는 것이다 싶으니, 진짜 눈부시게 멋지게 보이더라. 물론 나는 여전히 그를 모른다. 실제로 대화를 나눈 적도 없고, 알지도 못 하는 사람인데 잠깐 눈빛 교환하고, 겨우 사진 한 장 찍고는 이런 부러움을 가진다는 것에 그를 잘 아는 사람이 혹이나 그건 아니다, 라고 나한테 강한 제어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또 어떠냐, 그게 잘 정제된 연기의 한 부분이고 팬서비스라고 한들, 그게 어디 무심코 행동에서 나오는 가짜는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어디 가짜를 진짜처럼 아무렇지 않게 일상에서 쏘고 있는 게 그리 쉽지 않잖아. 그런 행동이 가짜라면 배우로서 또한 그의 빛나는 능력 아니겠는가. 사람을 순간적으로 끌어당기는 그 힘에, 나는 ‘따스함’을 읽었다. 그거 나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원초적 물음표을 변희봉, 그에게서 하면서 머리가 복잡해졌다.


월간 <토마토> 기고글 캡쳐


#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

#변희봉배우님

#월간<토마토> 정기 기고글 중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삶은 예술로 빛난다-색다른 자기계발서를 원하시는 분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