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일상 속, 닟선 그림자
연결되는 기억들
“기억하고 있군.”
그 한마디가 귓가에 맴돌았다.
하우은은 그 남자가 떠난 방향을 바라보며 주먹을 가볍게 쥐었다.
손끝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것이 긴장 때문인지,
아니면 기억의 조각이 맞춰지는 순간의 전율 때문인지.
그는 주머니에서 USB를 꺼냈다.
그 남자가 남기고 간 것.
이제, 그것을 확인해야 했다.
어린 시절의 기억
USB를 열기 전,
그의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남긴 작은 수첩.
어린 하우은은 몇 번인가 그 수첩을 훔쳐본 적이 있다.
거기엔 익숙하지 않은 외국어와 복잡한 도표,
그리고 여러 개의 손 그림이 있었다.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 그림 중 하나는 분명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손가락과 손바닥을 가득 덮은 문신.
아버지는 그것을 유난히 오랫동안 바라보곤 했다.
그리고, 수첩을 닫으며 항상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게 뭐예요, 아빠?’
어린 시절, 하우은이 물었을 때
아버지는 짧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나중에 네가 알게 될 거야.”
그때는 그 말의 의미를 몰랐다.
그런데,
방금 만난 남자의 손에도 같은 문신이 있었다.
기억이 맞다면,
아버지가 쫓던 자들과
지금 그를 쫓고 있는 자들은
같은 조직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조직은 단순한 범죄 집단이 아니었다.
USB 속의 단서
하우은은 숙소로 돌아와 노트북을 켰다.
USB를 연결하자, 단 하나의 파일이 나타났다.
“O-9 REPORT”
그는 파일을 클릭했다.
화면에는 오래된 문서 스캔본이 떴다.
[국가안보실 해외정보국 – 기밀 보고서]
코드명: O-9
작성자: (검열됨)
그는 한 줄 한 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세계의 균형을 흔드는 자들
보고서의 내용은 간단했지만,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한 이야기였다.
• O-9는 특정 국가의 핵무기 밀거래와 관련된 비밀 조직이다.
• 그들은 공식적인 국가 소속이 아닌, 국제 무기 밀거래 중개자로 활동한다.
• 핵무기를 테러 세력이나 불안정한 국가에 넘겨줌으로써, 세계 질서를 교란하는 것이 목적이다.
• 그들의 핵심 멤버들은 신원을 감추기 위해 손바닥과 손가락 전체에 문신을 새긴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
[이 조직과 접촉했던 요원 실종 – 최종 보고 15년 전]
하우은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 실종된 요원이,
아버지일 가능성이 높았다.
과거와 현재가 하나로 이어질 때
하우은은 노트북을 닫았다.
그의 손끝이 서서히 떨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단순한 외교관이 아니었다.
그는 국가안보실 해외정보국 요원이었고,
이 조직을 쫓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가 어린 시절 본 그 그림.
그것은 단순한 낙서가 아니라,
그가 마지막까지 남기려 했던 단서였다.
아버지가 쫓던 자들이,
지금 그를 쫓고 있다.
그들은 그가 기억을 되찾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들이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정체를 아는 자를 결코 놔두지 않는다.
이제, 그는 선택해야 한다.
과거를 외면하고 다시 사라질 것인가?
아니면,
그들이 원하는 것과 반대로
끝까지 이 퍼즐을 맞출 것인가?
그러나 그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이제 사냥당하는 자가 아니라,
사냥하는 자가 될 것이다.
그는 노트북을 닫고,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가 향해야 할 곳은 하나뿐이었다.
부다페스트.
그곳에서,
그의 모든 기억이 완전히 되살아날 것이다.
그리고, 그를 기다리는 자들이 있을 것이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