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일상 속, 낯선 그림자
8화: 부다페스트에서 온 그림자
부다페스트 공항에 도착한 순간,
하우은은 본능적으로 주변을 스캔했다.
유리창에 반사된 자신의 모습.
그리고 멀리 서서 그를 바라보는 익숙한 그림자.
그들은 그가 온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터미널을 지나면서 핸드폰을 꺼냈다.
새로운 번호로 바꾼 SIM카드를 삽입하고,
사전에 설정해 둔 연락처 하나를 눌렀다.
- 수신자: “J”
전화가 울리기 시작하자마자,
상대는 한 번의 신호음도 없이 전화를 받았다.
“도착했군.”
낮고 침착한 목소리.
그는 예상대로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어디로 가면 되지?”
“네가 마지막으로 기억을 잃었던 곳.
너는 이미 어디인지 알고 있을 거야.”
하우은은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기억의 저편에서 떠오르는 낯익은 장소.
부다페스트 외곽의 한 건물.
그곳에서, 그는 마지막 기억을 남기고 떠났다.
그리고, 그곳이 바로
그가 다시 돌아가야 할 곳이었다.
잃어버린 조각들
택시는 도시를 벗어나 외곽으로 달렸다.
차창 너머로 흐르는 어둠 속에서,
하우은은 오래전의 기억을 되새겼다.
그는 이곳에서 무엇을 했던 것일까?
5년 전,
그는 처음 이곳에 도착했다.
국가안보실의 명령이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흔적은 단 하나.
그가 스스로 지우려 했던,
그러나 완전히 지울 수 없었던 기억의 조각들.
그 중 하나가,
그 남자.
손가락과 손바닥을 덮은 검은 문신.
그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O-9 조직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 문신을 마지막까지 기록했다.
첫 번째 단서
택시는 오래된 공장 건물 앞에서 멈췄다.
운전사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냈지만,
하우은은 별다른 설명 없이 차에서 내렸다.
그곳은 이미 오래전에 폐쇄된 듯 보였다.
그러나 그는 알았다.
이곳에는 아직 무언가 남아 있다.
그는 천천히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먼지 쌓인 바닥, 녹슬어버린 철문.
그러나 책상 위에는 유독
깨끗하게 정리된 서류 더미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아버지의 수첩과 똑같은 문양이 그려진 종이 한 장.
그것은 누군가가
일부러 그가 보도록 남겨둔 것이었다.
“환영한다. 오래 걸렸군.”
그 순간,
뒤에서 들려온 낯선 목소리.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한 남자.
그는 검은 코트를 입고 있었고,
그의 손가락과 손바닥은
검은 문신으로 덮여 있었다.
적, 혹은 진실을 아는 자
하우은은 천천히 손을 주머니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러나, 상대는 전혀 긴장하지 않은 표정이었다.
“오랫동안 네가 오길 기다렸다.”
그는 여유롭게 말했다.
그리고,
책상 위의 서류를 가볍게 손가락으로 밀었다.
“이제, 너도 알 때가 됐어.”
하우은은 그의 말을 듣고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쉽게 믿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본능이 말했다.
이 남자는 단순한 적이 아니다.
그는 더 깊은 비밀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는 하우은이 기억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는 숨을 들이마시며 서류를 펼쳤다.
그곳에 적힌 한 문장.
그것이,
그가 다음으로 가야 할 곳을 결정할 것이었다.
[다음 화 예고]
진실에 다가서는 하우은.
O-9 조직의 비밀,
그리고 그가 아버지로부터 이어받은 마지막 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