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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과 교수의 일갈 _ 무식하면 용감하다 그건 바로 나

습작의 창고

by 나바드
오랜만에 연락와서 반가웠어.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반가웠다.

그녀와 나누는 대화는 언제나 즐겁다.

왜냐하면 절대적 영양과잉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영양가 없는 대화‘도 때로는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머리를 비우고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이야기. 뇌를잠시 맡겨두고 아무 생각 없이 주고받는 농담들.


첫 느낌이 참 좋았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 나오는 강혜정을 떠올리게 하는, 어딘가 한없이 순수하고 가벼운 느낌. 속된 말로 ‘사람이 모자란 것 같은’ (물론, 좋은 의미로)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녀에게느끼는 감정은 ‘가벼울 경(輕)’이다.


경망(輕妄), 경솔(輕率), 경박(輕薄)한 그런 가벼움.

하지만 그 가벼움이 너무 즐겁고, 좋다.


그녀는 한평생 공부만 한 사람이다.

박사 학위를 따고, 교수 임용까지 버텨낸 사람.

견디고 또 견뎌낸 긴 인고의 시간을 지나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말이다.


그녀는 ‘척’ 같은 걸 하지 않는다.


자기 세계를 완전히 구축한 사람은 괜히 잘난 척할 필요가 없다. 그저 본질에 충실한 삶을 살아간다.

그렇기에 그녀는 멋지다. 내가 생각하는 멋진 어른의 모습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다.


나는 어떤가? 나는 사실 ‘척’ 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누군가 “책 읽는 거 즐겁냐?“고 물으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한다.


“아니.”


그럼 왜 읽냐고 묻는다. 그러면 나는 “지적 허영심을뽐내고 싶어서.”라고 솔직하게 답한다.


나는 뭐든 ‘척’ 하고 싶다. 그래도 책은 읽으면 좋은 거니까, 그런 이유라도 만들어 읽는 내가 그렇게 싫지는 않다.


하지만 그녀는 다르다. 그녀는 ‘척’ 하지 않지만, 그 모습 자체가 너무 멋지다. 그런 자연스러움, 꾸미지 않음이야말로 진짜 강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태도다.


그녀의 가벼움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단단히 쌓아 올린 지적 노력 위에서만 가능한 ‘여유’다. 그 가벼움 속에는 보이지 않는 노력이녹아 있다. 그러기에 나는 그녀가 너무 좋다.



스쳐가는 인연도 결국은 귀한 인연이다


얼마 전, 스쳐가는 인연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때는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스쳐 간 모든 인연이 다 소중했다.


살면서 “가볍다”라고 여겼던 사람들, 무심코 흘려보냈던 순간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그 모든 것이 다귀했다. 지구라는 작은 점에서 우리가 태어나 서로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그 확률은 기적과도 같다.


그러니 우리 곁을 스쳐간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해야한다. 가끔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오늘 한 번 연락해 보는 건 어떨까?


“네가 있어서 참 좋았다”라고,

“연락을 주어서 고맙다”라고,

“나도 가끔 너를 생각한다”라고.


이런 말을 전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모든 인연은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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