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의 창고
점, 선, 면, 그리고 공간(空間)
한때 나에게 건축은 그저 수학적인 도형의 조합에 불과했다.
점과 점이 만나 선(線)이 되고,
선과 선이 만나 면(面)이 되고,
면과 면이 만나 공간(空間)을 이루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것은 함수와 도형, 도형의 방정식으로만 설명될 수 있는 논리적인 세계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제 건축은 나에게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공간이 만들어내는 관계가 되었다.
건축을 단순히 수학적 계산과 도형으로만 이해했던 내가, 이제는 건축가라는 존재를 우상처럼 바라보게 되었다.
과학을 거스르는 과학자들
건축은 가장 과학적이면서도, 동시에 과학을 거스르는 학문이다. 어떤 구조물은 수학적으로 완벽하게 설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공간으로 구현될 때는 논리를 초월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건축가들은 그걸 고민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완벽하게 계산된 직선 안에서 곡선을 만들어내고,
질서가 요구되는 공간에서 의도적인 무질서를 실험하며, 중력을 거스르고, 빛을 활용하며, 사람과 공간이 교감할 수 있는 환경을 창조한다.
나는 가끔 그런 삶을 꿈꾼다.
공간이 만들어내는 감각들
안도 다다오의 노출 콘크리트를 보면, 그가 만들어내는 빛과 공간의 대비 속에서 고요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르 코르뷔지에의 필로티 구조를 보면, 공간을 지탱하는 방식에도 미학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낙수장(Fallingwater)‘을 보면, 자연과 건축이 이토록 아름답게 공존할 수 있구나 하고 감탄하게 된다.
아마추어의 건축적 시선
나는 건축가가 아니다. 하지만 건축을 사랑하는 아마추어다. 그리고 아마추어에게 건축의 매력을 느끼게 해 준 책이 있다. 그 책을 통해 나는 건축이 단순히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철학과 감각을 읽어내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건축이란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관계를 만들고, 감각을 일깨우고, 기억을 담아내는 예술이다.
그리고 건축가란, 그런 공간을 빚어내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나는 건축을 꿈꾼다. 비록 내가 직접 설계할 일은 없을지라도, 내가 발을 딛는 모든 공간에서,
그 속에 숨겨진 점과 선, 면과 공간을 이해하고 싶다.
그게, 건축을 사랑하는 방식이니까.
곧 세 권의 책을 소개하겠다.
참고로, 협찬도 광고도 아니다.
나 같은 사람에게 그런 게 들어올 리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