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암살자

흔적 없는 남자

by 나바드

서울 종로구 익선동.

한옥과 현대 건물이 조화롭게 섞인 거리 한복판,

아무런 개성이 느껴지지 않는 오피스텔 한 채.


그곳에는 30대 남자 하우은이 살고 있다.

그의 삶은 깔끔하고, 조용하며, 정리되어 있다.

너무나도 정리되어 있어서,

이곳이 정말 누군가의 ‘집’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그의 옷장은 온통 무채색 계열의 옷들로 가득했다.

그의 책상에는 노트북 하나와 작은 수첩이 전부다.

부엌에는 손길이 닿지 않은 냄비와 접시들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그의 캐리어는 늘 짐이 가득 찬 채로 대기하고 있다.


마치,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처럼.


그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종합상사회사에서 5년째 근무 중이며,

일 년의 절반은 해외 출장을 다닌다.

직장에서는 성실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동료들은 그의 인품을 칭찬한다.

하지만, 그를 정말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는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 테이프를 꺼냈다.

문 가장 윗부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위치에 얇은 테이프를 살짝 붙였다.

그가 귀가했을 때, 테이프가 미세하게라도 움직였다면,

그건 누군가 그의 집을 다녀갔다는 뜻이다.


그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문을 닫고 출근 준비를 했다.

오늘도 무채색의 옷을 입고, 가벼운 가방을 메고, 광화문으로 걸어간다.


걸을 때 그는 반드시 유리창과 오목거울이 있는 길을 선택한다.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며, 주변을 스캔한다.

그의 눈은 단순히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거리 속의 “낯선 존재들”을 찾고 있었다.


출근길의 배경음악은 늘 그렇듯 김동률의 ‘오래된 노래’.

잔잔한 멜로디가 그를 감싼다.

그는 마치 아무 일 없는 직장인처럼, 그렇게 하루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는 오늘도 불면증에 시달리며 밤을 보낼 것이다.

그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사로잡힌 채 살아가고 있다.

그가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는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 걸까?


그의 다음 출장지는 캄보디아.

하지만 이번 출장은 평소와는 다를 것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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