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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 위에 선 국경

습작의 창고

by 나바드

강물 위에 선 국경

인도와 파키스탄,

그리고 물의 전쟁


최신순으로 누를때 가장 먼저 나온 기사를 올린거지, 특정 성향을 우선시해서 올린 건 절대 아닙니다. 조선일보<김명일 기자>

강은 흐릅니다. 그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은 채, 그 어떤 경계도 모른 채, 그냥 낮은 곳을 향해 흘러갑니다. 그러나 인간은 그 강 위에 선을 그었습니다. 국경이라는 이름으로, 소유라는 언어로, 권리라는 법으로. 그리고 그 강은 이제 흘러야 할지, 멈춰야 할지, 선택을 강요받습니다.


2025년 5월,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오래된 강물이 다시 전쟁의 한복판으로 소환되었습니다. 인도는인더스강의 물길을 막았습니다. 카슈미르의 바글리하르 댐이 그 증거였습니다. 파키스탄으로 흘러야 할 강물은 철문 앞에 갇히고, 물을 기다리는 파키스탄의 땅은 메마른 갈라짐으로 응답했습니다. 파키스탄은 선언했습니다. "이것은 전쟁 행위다."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핵무력까지 동원할 것이다."


물을 막았다는 소식은 곧 미사일 발사 소식으로 이어졌습니다. 파키스탄은 120km, 450km의 지대지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며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무력의 언어로, 폭력의 언어로, 피로 쓴 선언문으로.

언제부터였을까요. 강물은 생명의 근원이 아니라 권력의 도구가 되었습니다. 생존을 위한 강물이 아니라 통제를 위한 무기가 되었습니다. 강이 흐르지 못하는 순간, 땅은 메마르고, 사람은 목이 마르고, 곡식은 타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빈 공간을 무력과 분노가 채웁니다.


국제법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까요. 인더스강 수자원 조약은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조약은 인간의 약속일뿐, 강의 본성을 담보하지 못합니다. 인도는 안보를 이유로 강물을 막았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파키스탄은 생존권을 침해당했다고 절규할 것입니다. 법과 법이 충돌하고, 권리와 권리가 맞서고, 존재와 존재가 부딪힙니다.


그 사이에서 강은 여전히 흐르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흐름을 멈추게 합니다. 물의 권리를 박탈합니다. 그리고 국경 위에 무장 병력을 세웁니다. 그 병사들은 알고 있을까요? 자신이 지키고 있는 것은 강물인가, 국가인가, 아니면 권력인가?


외교는 문을 닫았습니다. 비자는 취소되었고, 무역은 끊겼고, 항공 노선은 막혔습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던 길들은 막혔습니다. 길이 막히면 마음도 막힙니다. 마음이 막히면, 혐오가 피어납니다. 혐오는 다시 폭력을 낳습니다.


이제 물은 단순한 물이 아닙니다. 강물 위에 군사적 위협이 실렸습니다. 강물 위에 핵의 공포가 떠올랐습니다. 강물 위에 인간의 욕망과 공포, 분노와 탐욕이 덧칠되었습니다. 물은 맑게 흐르지 못합니다. 그 물 위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습니다.


나는 묻고 싶습니다. 인간이 만든 경계는 자연의 흐름보다 우월할 수 있는가? 국경은 강물보다 더 큰 권위를 가질 수 있는가? 생존과 안보 중, 무엇이 더 본질적인 권리인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인도의 댐 앞에 고여 있는 강물은 언젠가 넘쳐흐를 것입니다. 인간의 경계선 위를 타고, 다시 낮은 곳을 찾아갈 것입니다. 물은 언젠가 길을 찾습니다. 그러나 그때, 그 물줄기에는 피와 눈물이 함께 섞여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물을 마시며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강물은 흐릅니다. 인간의 욕망 위로, 국경 위로,무력 위로, 증오 위로. 그리고 다시, 생명 위로.

그러니 묻습니다. 우리는 물 위에 무엇을 세우려 하는가? 그 물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 것인가?


<나와 생각이 다른 이도 존중합니다. 반박하고 싶다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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