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속의 진실
그는 길 한복판에 멈춰 섰다.
더 이상 도망치지 않았다.
그의 움직임을 감지한 상대는
멈춰 서서 거리를 유지했다.
둘 사이에는 가로등 하나,
그 불빛 아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적막.
둘은 말이 없었다.
하지만 서로를 경계하는 감각은
고요 속에서도 선명했다.
하우은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마치 무언가를 기억하려는 듯한 표정.
그러나 기억은 여전히 희미했다.
‘너는 누구지?’
그는 속으로 묻고 있었다.
그러나 질문의 대상은 그 남자가 아니라,
자신 자신이었다.
그는 왜 이런 감각을 알고 있는가?
왜 매일 밤 악몽을 꾸는가?
왜 자신의 삶에는
지워진 기억들이 있는가?
그 남자는 조용히 움직였다.
천천히, 신중하게.
그러나 하우은은 이미
그의 다음 움직임을 예측하고 있었다.
그가 다가오는 속도를 고려했을 때,
접근 가능 범위는 2m 이내.
공격을 감행한다면,
첫 번째 목표는 왼쪽 어깨를 노릴 가능성이 높았다.
이것은 단순한 직장인이
평소에 생각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다.
그는 지금까지 ‘보통 사람’으로 살아왔던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 남자가 발걸음을 뗐다.
바로 그 순간,
하우은의 손이 먼저 움직였다.
그를 향해 빠르게 뻗어나간 손끝.
그리고 예상보다 빠르게 피하는 상대.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제야,
상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기억하고 있군.”
그 말이 끝나자마자,
하우은의 머릿속에
오래전 잊혔던 기억의 조각이 떠올랐다.
이 기억은 무엇일까?
하우은은 누구이며,
그를 쫓던 자들은 누구인가?
이제 그의 과거가 열리려 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이 모든 것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제, 그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