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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암살자

봉인된 조각들

by 나바드

USB를 컴퓨터에 꽂았다.

손끝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신 후

파일을 열었다.


화면에는 몇 개의 영상 파일과 문서가 있었다.

그는 가장 작은 용량의 파일을 먼저 클릭했다.


영상이 재생되었다.


흐릿한 화면.

어딘가 익숙한 공간.

그리고 그 안에 앉아 있는 한 남자.


그 남자의 얼굴을 보자

하우은은 본능적으로 숨을 멈췄다.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이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면, 네가 기억을 잃었거나,

혹은 기억을 지우려 했다는 뜻이다.”


영상 속의 자신이 말했다.

그는 차분한 표정이었지만,

눈빛에는 알 수 없는 피로감이 서려 있었다.


“너는 이곳에서 무언가를 보았고,

그것이 네 삶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네가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기를 원했다면,

이 USB를 절대 열어서는 안 됐다.”


“하지만, 네가 지금 이것을 보고 있다는 것은,

너는 다시 이 모든 것에 발을 들이기로 했다는 뜻이다.”


하우은의 손끝이 서늘해졌다.


‘이 모든 것에 발을 들이다?’

‘나는 무엇을 알고 있었던 거지?’


그는 영상을 끝까지 보았다.


그러나 영상 속의 자신은

더 이상의 구체적인 정보를 주지 않았다.

대신, 단 하나의 좌표를 남겼다.


부다페스트.


하우은은 노트북을 덮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수많은 의문들이 떠올랐다.


그는 5년 전 첫 번째 해외 출장을 떠났다.

그리고 그 출장 이후,

그는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그의 기억 속에서 지워진 조각들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평범한 직장인이 아니었다.

그는 ‘보통의 암살자’였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잊고 있던 무언가를 찾기 위해

부다페스트로 향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를 지켜보는 자들은

그의 움직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가 기억을 되찾는 순간,

그는 더 이상 ‘보통의 사람’이 아니게 된다.


그리고,

그가 알고 있는 것이

어떤 진실인지에 따라,

그의 운명은 결정될 것이다.


이제, 그는 선택해야 한다.

진실을 마주할 것인가?

아니면, 다시 모든 것을 잊을 것인가?


그러나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기억을 되찾는 순간,

그는 다시 ‘사냥하는 자’가 된다는 것을.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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