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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vee Sep 05. 2021

'슈퍼을(super 乙)'이 되기 위해!

그 어떤 순간에도 당당한 '을'이 될 수 있기를

마흔, 진짜 내 삶의 의미를 찾는 여정을 시작합니다. 그 여정을 함께 나누며 서로의 삶을 응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Meaningful Life'를 살아갈 수 있기를!



"슈퍼을이 될 거야!"


내가 직장인이던 시절 '직장의 신(2013)'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됐다. 일본 드라마인 '파견의 품격'을 리메이크한 드라마다. 일드를 몹시 재밌게 봤던지라 '직장의 신'도 열심히 봤던 기억이 난다. 얼마 전 유튜브의 알고리듬에 의해 나는 '직장의 신'을 다시 접하게 되었다. 직장의 신은 정규직을 꿈꾸는 사람들 사이에서 '비정규직'을 자처하며 '슈퍼을'로 살아가는 '미스김'을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드라마는 비정규직을 향해 행해지는 불합리한 문제들을 '미스김'의 말과 행동을 통해 통쾌하게 꼬집어낸다. 


KBS 직장의 신(2013년)


모두가 정규직을 바랄 때 스스로 계약 인생을 택한 자가 있었으니 이름하야 국내 최초 자발적 비정규직 미스김. 그녀의 사전에 수당 없는 회식과 야근은 없다. 번거로운 인간관계는 일절 배제하고 3개월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한국땅을 떠난다 

드라마는 이런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자발적 비정규직'이라는 말이 그때는 참 놀라운 단어였다. 지금에야 '자발적 비정규직' 즉, 1인 기업이 많은 시대지만 2013년은 회사가 생명줄이던 시대였다. 그런 시대에 '미스김'이 보여주는 '자발적 비정규직'의 모습은 정년까지 회사에 붙어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 주었다. 회사에 오래 다니기 위해 눈치 보며 원치 않는 회식과 야근을 하고, 불필요한 인간관계에 시달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딱 3개월 일하고 한국을 떠난다고 하지 않는가! 이건 완전 나의 워너비였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미스김'의 당당한 태도였다. 비정규직이지만 당당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업무 전문성'에서 기인했다. 미스김은 자신이 맡은 일은 그 누구보다 똑 부러지게 잘 해냈다. 그 누구도 그녀의 당당함에 딴지를 걸 수 없었던 이유다. 가끔은 당당함을 넘어 '미스김'이 회사보다 우위에 있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미스김은 계약서 외의 업무가 주어지면 '제 일이 아닙니다만!'이라고 외치고, 회식을 참석하게 되면 업무시간 외 수당을 요청한다. 심지어 정규직을 제안해도 단 3개월만 계약직으로 일하며 연장 계약은 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녀에게 함부로 하지 못했다. 왜냐면 그녀에게는 정규직도 쩔쩔매는 문제를 해결하는 막강한 업무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드라마를 보던 2013년의 나는 그 업무역량이 절실했다. 그 당시 나는 누구보다 인정받고 싶어서 안달이 나있었다. 인사고과에 목을 매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퇴근은 늘 12시를 훌쩍 넘겼고 주말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정 욕구'는 충족되지 않았다. 내 마음속에서 나는 늘 부족했다. 그렇게 나를 채찍질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었다. 가끔 새벽 퇴근길 택시에 몸을 구겨 넣고 달리며 늘 생각했다. '언젠가는 정말 넘사벽 업무 역량을 갖춰서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이 될 거야!', '나간다고 할 때 붙잡는 인재가 되겠어!'


그렇게 평생 그 회사에 있을 것처럼 청춘을 갈아 넣었지만, 드라마를 보면서 '미스김 라이프'에 대한 동경이 자리 잡게 되었다. 진정한 실력을 갖춰 회사의 인정을 구걸하지 않고도 당당해지는 라이프 말이다. 정규직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에 속아 내 청춘을 헐값에 팔아넘기는 삶을 끝내고 싶었다. 나는 회사에서 '인정'받기 위해 '괴물'이 되는 것 대신 회사의 이름 없이도 당당할 수 있는 '슈퍼을'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마치 미스김처럼.

 



그 마음을 품은 지 몇 년 후 나는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물론 미스김과 같은 삶이 곧바로 펼쳐지지 않았다. 나는 시장이 원하는 전문성을 완벽히 갖추지 못했고, 세상은 나라는 존재를 몰랐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달려왔고, 그 결과 나는 미스김처럼 '자발적 비정규직'이 되었다. 요즘 말로 1인 기업이 된 것이다. 일이 의뢰가 오면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계약을 하고, 해당되는 업무에 대해 용역을 수행한다. 좋은 파트너를 만나면 꾸준히 일하기도 하지만, 부당한 요구를 하는 클라이언트와의 계약은 정중히 거절한다. '을'이지만 '갑'에게 끌려다니지 않고 주체적으로 일하는 '을'이 되었다. 어찌 보면 나는 아직 '미스김'같은 '슈퍼을'은 아니지만 그래도 '적당히 당당한 을'정도는 되지 않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제 적당히를 넘어서 진짜 '슈퍼을'이 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 '슈퍼을'은 막강한 업무 역량을 바탕으로, 갑과 동등한 위치 또는 더 우위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다. 그러려면 남들이 갖지 못한, 하지만 누구나 원하는 역량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 역량이 완벽하게 갖춰졌을 때 비로소 나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진정으로 당당한 '을'이 될 수 있다. 그것이 내 업에서 내가 진정한 의미를 찾고 충만함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다. 진짜 '미스김'이 될 수 있도록, 진정한 '슈퍼을'이 될 수있도록 다시 한번 더 의지를 다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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