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
토요일은 아침부터 긴장의 연속이다. 아침 일찍 부모님을 찾아뵙고 병원 방문과 생필품 구입 등 이것저것 챙겨 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두 분 다 건강하시지만 요즘 부쩍 허리가 아프다고 하셔서 토요일에 가장 먼저 한의원을 모시고 간다. 그래서 토요일은 다른 날보다 체력소모가 심해 눈을 뜨면 바로 몸 상태와 기분을 관찰한다.
오늘도 일어나자마자 몸 상태와 기분을 주의 깊게 살폈다. 계속된 야근 때문인지 몸은 약간 피곤했고 기분도 좋지 않았다. 몸은 마음의 그릇이란 말이 있듯이 몸 상태는 감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평상시처럼 오늘도 일어나자마자 음악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요즘은 우리 회사의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미디어 파사드전(展)의 배경음악을 들으면서 기분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Flat Dive>란 전시인데 금강의 물줄기를 영상과 음악으로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음악을 듣고 있으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깊은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떠오른다. 마음이 고요해지면서 ‘삶의 모든 것은 괜찮고, 모든 순간은 지나간다’라는 생각이 밀려온다. 그러면 부모님에 대한 걱정이 누그러지고 기분도 상쾌해진다.
음악 명상을 마친 후 씻고 부모님 집으로 출발했다. 다행히 부모님은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셨다. 몸 상태에 따라 감정 변화가 큰 아버지의 표정도 나빠 보이지는 않았고, 어머니 또한 편안해 보이셨다. 두 분을 모시고 읍내의 한의원을 찾았다. 장날이라서 그런지 읍내에는 차가 많았다. “젊은 한의사가 싹싹하고 침을 잘 놓는다”면서 어머니는 새로 옮긴 한의원에 만족감을 나타내셨다. 치료가 끝난 후 마트와 죽집, 로컬푸드 매장을 순서대로 돌면서 필요한 생필품을 샀다. 그리고 두 분이 좋아하시는 단골 추어탕집에 가서 추어탕과 추어튀김을 사드렸다. 아침의 음악 명상 때문인지 부모님을 모시고 이곳저곳 다녔지만 피곤한지 몰랐고 기분도 좋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었다. 성격이 급한 아버지가 무언가를 재촉할 때면 덩달아 기분이 출렁거렸지만 그래도 좋은 기분을 뺏기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생필품을 사러 다닌 곳들마다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물건들을 아주 저렴하게 살 수 있었다. 로컬푸드 매장에서는 지난주보다 훨씬 싸게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생대추를 살 수 있었고, 아버지가 즐겨 드시는 대봉감도 할인받아 구매할 수 있었다. 특히 어머니가 자주 드시는 죽을 찾기 위해 죽집에 갔더니 사장님께서 서비스라며 죽 두 개를 공짜로 주셨다.
부모님과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배가 출출했다. 집 근처의 유기농 매장에서 파는 우리밀로 만든 크림빵이 먹고 싶어 매장에 갔더니 크림빵을 무려 50%나 할인해 판매하는 것이었다. 이 매장을 다닌 지가 5년이 넘었지만 50%나 저렴하게 빵을 파는 것은 처음이었다. 크림빵 두 개와 사과, 비누 등을 사서 집으로 향하면서 오늘 벌어진 일들을 생각해보니 마치 누군가가 나를 도와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추와 대봉감, 죽, 크림빵! 내가 생각했던 물건들이 모두 내 눈앞에 있다니. 그것도 아주 싸게! 누군가가 나를 응원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분주했던 하루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