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나 해결책이 필요할 때 해야 할 일

11월 22일

비가 내린 뒤의 아침은 청명하다.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이 맑아졌다. 공기도 깨끗해져 제대로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 언제나 월요일 아침은 부담스럽다. 특히나 어제 출근을 해서 피로가 누적된 듯 몸이 무거웠다. 몸이 무거우면 감정이 가장 먼저 반응한다. 눈을 뜨자마자 음악명상을 했는데 기분의 변화가 더뎠다. 기분이 좋아질 단계인데 그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맴도는 느낌이었다. 이럴 때는 무리해서 기분을 좋게 하기보다는 편안한 느낌을 깨우려고 노력한다. 편안한 느낌은 언제나 몸과 마음을 이완시켜 기분을 은은하게 좋게 한다.


편안함을 느끼면서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이 될 것이라는 확신 속에서 문을 나섰다. 차를 몰고 출근을 하는데 대청호의 가을이 아름답게 저물고 있었다. 가장 화려했던 계절이 길바닥에 나뒹구는 것 같아 애처롭기도 했다. 라디오에서는 계속 잔잔한 클래식이 흘러나왔다. 계절의 변화가 극적으로 보이는 자연 속에서 애잔함과 평화로움을 동시에 느꼈다. 회사에 도착해 사무실로 들어서기 전에 다시 한번 좋은 기분을 알아차렸다.


좋은 기분으로 하루를 보내니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10시부터 시작된 간담회는 열띤 분위기 속에서 마쳤고, 내일 회의와 다음 주 포럼도 예정대로 준비되고 있었다. 오후에 틈틈이 추워진 밖으로 나가 숲길을 걸으며 호흡을 가다듬고 좋은 기분을 다시 채웠다. 그렇게 일을 하고 있는데 올 초에 자문위원으로 일했던 기관에서 원고료가 뒤늦게 책정됐다며 계좌번호를 알려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못 받을 줄 알고 체념하고 있었는데 예상치 않게 원고료를 받게 돼 기분이 무척 좋았다. 좋은 기분은 늘 선물을 매달고 온다.


사무실 옆에 있는 숲길에는 기분을 좋게 하는 나무가 있다.

퇴근이 가까워질 무렵, 작성하고 있던 보도자료가 잘 써지지 않았다. 오늘 마무리를 해야 내일 대표님께 확인받고 배포할 수 있어 마음이 급해졌다. 머리에서 단어와 문장이 떠오를 듯하면서 떠오르지 않았다. 조금만 더 집중하면 새로운 영감이 터질 것 같은데 속이 탔다. 더 이상 안될 것 같아 사무실 밖에 있는 숲길로 다시 나갔다. 그 길에서 눈을 감고 구수한 나무 냄새와 낙엽이 구르는 소리를 음미했다. 그러면서 명상문을 암송하며 축복의 에너지를 불러냈다. 모든 일이 잘 될 것 같은 기쁨을 느끼니 기분이 다시 충전됐다.


서둘러 자리로 돌아와 보도자료를 쓰는데 누군가 내 손을 빌려 글을 쓰듯 막힘이 없었다. 술술 써졌다. 기분 좋게 보도자료를 완성하고 퇴근을 했다. 아이디어나 해결책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재보다 감정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기분이 좋아지면 지혜와 영감, 통찰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갖고 있던 실력이 최대한 표출되는 것과 함께. 오늘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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