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2일
겨울로 한층 가까워진 일요일이었다. 지난주부터 계속 포근했던 날씨가 부쩍 추워졌다. 바람도 거세 거리를 뒹굴던 낙엽들이 이리저리 날리고 흩어졌다. 어제 부모님을 찾아뵙고 오후에 출근을 해서 늦게까지 근무를 했다. 오늘 눈을 뜨니 아침 9시였다. 일어나자 편안한 클래식을 들으며 기분명상을 했다. 기분명상은 일반 명상과 다르게 기분을 좋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눈을 떴을 때 기분을 가장 좋은 상태로 만드는 게 핵심이다. 기분이 가장 좋은 상태에서 몸과 마음의 진동을 최고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오늘은 집에서 클래식 FM을 많이 들었다. 클래식을 들으면서 신문을 보고 빛명상을 하고 빨래를 하고 밥을 먹었다. 정오에 뉴스를 잠깐 본 것을 제외하면 하루 종일 클래식을 들은 셈이다. 클래식은 들으면 들을수록 매력이 넘치는 음악이다. 특히 공연장에서 교향악단의 화려한 선율을 들을 때, 그 감동은 잊을 수가 없다. 오늘처럼 라디오로 클래식을 듣는 것도 일요일을 향기롭게 보내는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아쉬운 게 있다. 클래식을 여전히 암기과목 대하듯 한다는 것이다. 곡마다 배경지식을 설명하고, 그 지식을 알아야만 제대로 들을 수 있는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클래식도 다른 장르의 예술처럼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곡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작곡가에 대한 정보가 없어도 감정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유독 클래식을 제대로 들으려면 지식과 정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클래식계에서는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말하지만 아는 것은 금방 잊히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느낀 만큼 즐길 수 있고, 즐기는 만큼 좋은 기분과 내밀한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클래식을 들으면서 지식으로 선율을 좇지 말고 오직 느낌으로 다가갈 때 클래식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클래식은 암기과목이 아니다. 감정의 예술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아니라 느낀 만큼 즐길 수 있을 뿐이다.
우리는 너무 지식 중심의 사회에 살고 있다. 과잉 지식이 자신의 감정을 압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특히 일요일에는 지식을 최대한 멀리 하고, 기분 좋은 느낌을 깨우는 날로 삼으면 어떨까? 일요일마저 부족한 지식을 채우느라 허비한다면 언제든 삶은 마른 장작처럼 금방 타오를 수 있다. 느낌과 감정과 기분, 우리 삶, 우리 관계를 촉촉하고 생기 있게 하는 가장 귀한 선물이다. 클래식 FM에서 세상의 모든 음악이 흘러나온다. 디제이 정기현의 목소리가 더없이 포근하다. 기분이 좋아진다. 새로운 한 주도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