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책 <기분이 좋아지면 삶이 좋아진다>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기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정확한 나이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 40대였던 아버지는 페인트를 칠하는 일을 하셨다. 집이나 공장, 상가 등을 가리지 않고 일을 맡으셔서 몇 명의 동료들과 함께 작업을 셨다. 고단한 노동자의 삶을 사셨던 아버지는 평소에는 말이 없고 무뚝뚝했다.
그러다가 화가 나면 아버지는 무서웠다. 특히 컨디션이 안 좋으시거나 일을 하고 돈을 못 받아오신 날에는 가족들에게 신경질을 부리셨다. 아마 그때부터 아버지의 기분을 세심하게 살피는 게 버릇이 된 것 같다. 아버지의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를 빨리 알아차리고 그에 따라 눈치 있게 행동하는 게 습관이 되었던 것 같다.
이런 아버지가 가끔은 완전히 달라질 때가 있었다. 좋은 일이 있으셨는지 술을 한잔 걸치고 기분이 좋아지시면 아버지는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계셨다. 얼굴에 함박웃음을 머금고 소풍 때나 먹을 수 있었던 과자를 사들고 나타나셔서 가족들에게 직접 먹여주시는 것이었다.
아마 나는 그때 기분이 사람을 바꿔놓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았던 것 같다. 기분은 참 신비롭고 오묘하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어떤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아버지의 기분부터 확인하는 게 버릇으로 굳어지자 이상한 일이 생겼다. 아버지의 기분이 좋으면 내 기분도 좋아지고 아버지의 기분이 나빠지며 내 기분도 나빠지는 것이었다. 분명 기분은 나로 인해 좋아지고 나빠져야 하는데 아버지에 따라 기분이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니 사는 게 늘 불안했다.
이렇게 특정한 사람이나 상황에 기분이 끌려다닐 때 온전한 삶을 살 수 없게 된다. 나의 삶이 아닌 타인이 주도하는 삶이자 타인의 감정이나 외부 상황에 조종당하는 삶이다. 이러면 삶이 무미건조해지고 답답하며 재미없다. 무엇보다 꿈꾸고 원하는 삶을 살 수가 없게 된다.
이럴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특정한 사람이나 상황으로부터 기분을 지키는 일이다. 외부에 기분이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생각과 함께 기분이 나빠질 때, 나쁜 기분에 휩쓸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기분이 나빠질 때 기분전환을 위한 자신만의 활동을 해야 한다. 기분을 지키는 일은 나를 지키는 일이자 내 삶을 지키는 일이다. 기분을 통해 나와 내 삶을 지킬 때 우리는 비로소 나다운 삶을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