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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선 Jun 13. 2017

카페:여유를 지불할 수 있는 곳.

카페라는 공간에 대해 생각한다. 단순히 먹는 행위를 위한 공간이 아닌, 누군가와의 만남과 이야기의 공간이며 누군가를 응접 하는 대중적 공간으로서 그 장소는 참으로 내게 내밀하고도 심리적으로도 가까운 공간이다. 많은 공간들 중에서도 건물로서의 '카페'를 즐기는 이유는, 어떤 만남과 어떤 독서와 어떤 생각과 어떤 여유를 항상 곁에 두고 싶어서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남편과 나는 카페에서 처음 만났고 지금도 카페를 즐기며 하릴없이 빈 집을 그냥 두고서도 카페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앉아있기도 한다.


심각한 표정으로 중절모를 한편에 내려놓고 셔츠의 맨 윗 단추가 풀어진 채로 의자에 기대듯 앉아 신문을 펴고 앉아 있는 노년의 신사.

레이스가 달린 모자를 나란히 쓰고 마주 앉아 작은 목소리로 손짓을 하며 말하는 키 작은 할머니 두 분.

짧은 스커트를 매만지며 마주 앉은 남자의 눈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한 미모의 여성.

보채는 아기를 안아 어르며 황급히 빠져나가는 남자와, 그리고 짐을 주섬주섬 챙기는 일행의 여자.

귀에 이어폰을 꽂고 핸드폰 창을 뚫어져라 보며 앉아있는 찢어진 청바지 차림의 청년.

그리고,

두꺼운 외투와 짐가방을 내려놓으며 안내받은 자리에 털썩 앉아 메뉴를 고르고 있는 우리.

그 공간을 사이사이 지나며 서빙하고 있는 점원들의 가벼운 보폭.


그러나 모두 커피와 케이크를 앞에 두고 있는 이 공통된 일상을 그림 보듯 바라보고 있었다.


두 번째 교토 여행에서 들르게 된 카페는 밸런스가 훌륭한 커피가 있는 곳이었다. 

사실 커피 자체에 집중하고 그 공간 자체에 집중하게 된 카페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인데 기대보다도 커피의 질감은 좋았다. 한 모금 한 모금 입 안의 향기에 집중하게 되고, 분위기에 귀 기울에 되고, 상대의 반응을 함께 느껴보는 것으로 가득했던 시간이었다. 여행책자를 뒤적일 틈도, 다른 이야기를 할 틈도 없이 말이다. 새삼 이 카페가 오래되었음을 실감한다. 70년의 세월을 두고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찾는다는 것의 가치를 새삼 느끼게 된다. 우리의 대화는 별 것 없었다. 한 모금 마시고 커피에 대해 칭찬하고, 또 한 모금 마시고 커피에 대해 감탄했다. 그리고 함께 주문한 케이크를 먹고는 또 놀라기도 했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말의 의미까지 새삼 새기며 이 순간 가장 행복하다는 생각을 나누었다. 여행의 쉼표가 될 줄 알았던 공간이 여행의 한 페이지가 될 줄이야. 돌아와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 공간이 계속 생각난다는 것은 이미 하나의 공간이 내 머릿속에 박제되었다는 뜻이겠지-



도시 근교, 평일 퇴근 후 들렀던 곳. 카페를 탐험하듯 배회하던(!) 어느 날 중의 하루.



* 장소 : 일본 교토시 나가교쿠 "이노다 커피",  울산 울주군 서생면 "어니스트 케이프"
* 사진, 글 : 나빌레라(navill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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