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나는 문장들, 영원히 살아있을 질문들.

알베르 까뮈, <결혼, 여름>

by 경계선

질투 나는 문장들로만 채워진 글을 읽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고통스럽다. 나는 청춘에 대한 동경이 없는 편이다. 청춘의 날카로운 감정보다는 무던해지고 있는 지나간 청춘이 다행이다 싶다. 그런가 보다, 나는 청춘을 제법 독하게 보냈나 보다. 그럼에도, 지나간 어떤 청춘을 돌이키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정도로, 알베르 까뮈의 글은 시퍼렇다 못해 붉은 글을 쏟아내고 있었는데. 그 글이 너무 날것 그대로여서, 나에게는 질투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카뮈에 비해 글이 나쁜 작가들만 읽었느냐면 그건 완전히 아니다. 색깔은 다를지언정 얼마나 좋은 글이 많은가! 감탄과 감동이 파도처럼 너울졌던 많은 시간들을 생각해 보면 말이다. 그럼에도 까뮈의 글은, 죄다 질투 난다. 아무도 몰랐다면 나는 이 글이 내 글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이다.


카뮈의 글들에서 관통하는 ‘부조리’라는 주제의 기원을 읽듯 나는 그의 내밀한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느낌으로 에세이 <결혼, 여름>이라는 하늘색 양장의 책을 골랐다. 알제리의 ‘알제’라는 동네와 ‘티파사’에 대해 궁금했고, ‘압생트’라는 생소한 단어에 대해 검색하고 또 알아보았다. 북아프리카의 모로코, 알제리 이런 나라들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한 채, 카뮈가 가지고 있을 여러 가지 문화적 환경에 대해 짧은 배경지식으로 상상만 해본다. 언젠가 나는 티파사에 갈 수 있을까. 쉽지 않겠지, 그렇지만 나에게 지중해 바다를 공유하고 있는 유럽과 북아프리카는 아직 다 열어보지 못한 선물꾸러미 같다. 그리고 이 에세이 <결혼, 여름>은 <이방인>으로 이름을 알리기 전의 카뮈의 사유가 담겨있는 샘물 같다. 아직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을 것 같은 숲 속 깊은 곳의 샘물.


자연에 대한 끝없는 갈구와 영광, 그리고 인간의 삶과 죽음, 인간으로서 찾아야만 하는 어떤 의미나 가치.


카뮈는 사람으로서 무엇을 손에 쥐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을까. ‘자기 자신이 되기, 자신의 진가를 되찾는 건’(책 p.21.) 그렇게나 어렵다고 말했지만. '슈누아 산의 단단한 등줄기를 바라보노라면 기인한 확신으로 마음이 차분해진다'(책 p.21) 고 적었던 그의 글에서 나는 위로를 얻는다. 나는 내가 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아무리 노력해도 이룰 수 없었던 어떤 시점을 초월한 곳에 나에게도 우리나라의 ‘산’이 있었다. 우습게도 나는 배우 유해진이 어느 영화제 수상 소감에서 “상을 수상한 영광을 북한산에게 돌린다.”라고 말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 말에 큰 진심을 느끼는 것으로도 모자라 깊은 공감마저 들었다.


카뮈의 글이 질투 났던 이유는 그 자체의 사유였다. 너무 이른 나이에 깨달은 것들은 삶의 정수를 향하고 있었고. 방향은 너무도 정확했다. 그는 스스로의 답을 찾아가는 동시에 더 많은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살아가는 과정은 답을 하는 것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는 듯이. 그의 죽음에 대한 사고는 너무도 정면승부 같은 당돌함이었는데, 나는 그 부분을 한 부분도 반격할 수 없었다. 죽음을 자각하고, 그 자체를 어떤 방식으로든 창조하는 것(책 p.37)만이, 인간으로 할 수 있는 '영원성의 구현'일 것이라고 카뮈를 통해 배운다. 순간을 수없이 미분하다 보면, 결국 더 나눌 수 없는 영원으로 간다. 미분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이 있다면, 인간이야말로 최고의 영원성을 실현할 수 있는 존재이리라 그렇게 위로해 본다. 나에게 필요한 영원성은 나를 위함이 아니다, 인간은 스스로를 위해 살지 않는다, 누군가를 위해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의 영원성은 사랑하는 너를 위함이다. 유한함에 대한 위로, 유한함으로 인해 안타까운 너와 나의 상처, 그 위에 꽃을 놓아본다.


죽음에 대한 그의 생각이 책의 시작부터 강렬하게 이목을 잡고 있다 보니, 책을 읽을수록 카뮈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궁금증이 닿았다. 역시나 그는 사랑에 대해 가차 없는 이야기를 내어 놓는다. 산다는 일을 사랑과 같은 무게로 다루고 있었다. 그는 판도라의 상자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그 희망, 실은 체념과 같은 단어라는 그 희망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끔찍한 악 일 수 있다는 것을. 산다는 것은, 체념하지 않는 것이라 그는 단언한다.(책 p.55)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도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는 지식인은 힘이 세다. 그는 자신의 인식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으려 발버둥 쳤다. 그의 생각을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이 세계의 부조리함을 어떻게든 내적으로 이겨내 보려는 그의 시도는 흉포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중심을 잡고 서서 그 시절의 사람들에게 등불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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