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그리트 뒤라스, <사랑>
이름을 부를 수 없다.
옆 자리에 몸을 부리며 손가락을 까딱한다.
_언제 온건가요?
_아까부터 있었어요.
입에 대었던 물을 내 머리 위에 붓는다.
뜨거운 입김이 입술 밖으로 간신히 빠져나간다.
고성(古城)의 이끼처럼 권태롭다.
남은 빵 한 조각을 그에게 내민다.
물에 젖은 빵을 받아 든 그가 우걱 씹는다.
해가 자취를 감추는 방향으로 나는 머리를 두고 눕는다.
그는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물 한 잔을 다시 나의 머리 위에 부어 머리카락이 완전히 젖었다.
_여행을 떠날 건가요.
_아니요.
누운 채 보이는 먼 곳의 그녀, 다리를 움직이지 않고 다가온다.
그의 옆에 나란히 서서 이국의 언어로 말한다.
나는 시계를 찾는다.
젖은 머리카락을 만지며 다리를 꼬았다.
하늘색이 어두워진다.
파도소리가 하늘에 박제되었다.
길을 가던 남자가 누워있는 나에게 물었다.
_시계를 잃어버렸나요.
_아니요, 사랑을 잃었어요.
_잃었다면 사랑이 맞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