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표현. 열심히 살지 말자.
열심히 살자 만큼이나 진부한 표현이다.
열심히 살지 않기를 노력하는 것이, 열심히 사는 일이다.
노력하는 것은 열심히 하는 것 아닌가.
갑자기 머리를 강타하는 생각.
열심히 살자와 열심히 살지 말자는 같은 말이다.
운전면허를 딴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을 때.
직사각 테두리 안에 주차해 보려고 앞으로 뺐다 뒤로 넣었다 반복하기를 다섯 차례도 더 하고 있는데.
핸들을 오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휙휙 돌려봤다고 생각했는데.
다섯 번째나 같은 자리만 맴을 돌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
내 운전은 언제 괜찮아지는지, 한숨이 절로 나오던 그때.
열심히 살자와 열심히 살지 말자가 충돌하는 말이 아니라
같은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된 어느 순간이.
문득 초보 운전자가 주차 공간 안에서
넓은 공간 다 놔두고 오도 가도 못하는 좁은 시야 같아서
김치찌개 하나 끓이는데도 더 맛있는 레시피를 검색하는 내가 우습다.
열심히 살 자와 열심히 살지 말자 사이에서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하는 이분법의 생활 안에서
세상은 다채롭다 외치고 싶은 내 글은 얼마나 거짓인지.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말만큼
더 큰 신앙의 구호가 현대인에게 있었나 싶다.
그러면 열심히 살자는 이데올로기 아닌가.
열심히 살지 말자는 더 큰 이데올로기 아니던가.
그 두 부류 말고 다른 걸 선택하지 못하는 나는,
잃을 것이 쇠사슬뿐이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