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섬광

심장은 현재를 살지.

by 경계선

두근거리는 심장은 잠이 들고도 깨어 있다. 혼자 깨어있기 외로웠던 심장이 나를 깨운다. 새벽 두 시. 왜 깨웠냐고 물으면 더 큰 목소리로 말을 한다. 할 수 없이 침대 옆 스탠드 불을 켜고 비스듬히 몸을 세운다. 왼손바닥을 가슴에 대어 본다. 심장이 하는 말을 다 알아들을 수 없었다. 무작정 심호흡을 두어 번 했다. 무슨 말인지는 내일 들으면 안 될까. 너도 좀 쉬어. 내일 출근해야지. 지금 잠에서 깨어 네 말을 들을 수는 없어. 나는 자는 체했지만 심장은 내가 잠들지 않는 걸 알고 있었다.


걸을 때에도 심장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더 큰 소리로. 뛰기는 힘들었다. 심장의 큰 말소리가 나를 지치게 했으므로. 아마 나는 그때 미래를 당겨 살고 있었지 싶다. 삶의 속도를 심장이 따라오지 못해 끊임없이 나에게 속도를 줄이라 말했던 것 같다. 내가 곧 터져버릴지도 모른다고. 나는 그 말을 무시했다. 완성해야 할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고. 조금만 참아줘. 현재보다 더 가쁜 속도를 내어야 미래는 다가오리라. 그리하여 나는 누구보다 한 발 먼저 결승점에 닿고 싶었다. 심장은 그리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나는 맹목의 트랙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완주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심장이 내게 조잘대는 동안 나는 읽는 것도 쓰는 것도 모두 포기했다. 미래로 내달리면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미래의 마지막 순간에, 아무것도 아닌 일로 눈물을 쏟았다. 맥주잔에 술을 붓던 동료는 공황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세상의 속도보다 빠른 나의 미래는 모든 것들의 공황을 잉태했다. 새벽에 나를 깨웠던 심장의 말들이 그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미래에 도달하고도, 심장은 오랫동안 내게 억울한 마음을 토로했다. 심장을 쉼 없이 달래고 달랜 한 달이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모든 것들의 공황상태에서 벗어났을까. 꼬물대는 심장이 말을 하지 않고 에너지를 손끝으로 보낸다. 그 에너지로 드디어 현재의 글을 읽어낸다. 신형철의 단단한 문장을 읽고, 줄을 그으며 다시 새 봄을 기다린다. 아차. 나도 기다리는 것이 있구나. 미래는 당겨 사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것이어야지, 그렇게 단정한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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