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진 일기

변명

by 경계선



잊지 않는 것은 잊는 것보다 한참은 어렵다.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 말하기 위하여,

길바닥에 앉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해보면 안다.

무엇이 잘못이란 말인가, 잊지 않으려 하겠다는데.

한여름의 대한문 앞은 뜨거운 열기 속에 주저앉아서도 포기안된다는데.

고작 나는 내가 가진 것들을 지키느라 숨 쉴 때마다 비굴해진다.

생각 속에 살아오고 생각으로 살아가면서도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하면서도

쉽게 많은 것들을 무너뜨리며 살아왔다.


잊는 것은 잊지 않는 것보다 한참은 편리하다.

술을 마시면 잊어지는 일들의 가벼움은 아니더라도

편리便利가 진리眞理로 통용되는 세상에서 잊지 않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지.

무엇이 잘못이란 말인가, 편리한 것을 행하겠다는데.

한여름의 시청 앞 광장에는 분주한 관광객들이 똑같은 쇼핑봉투를 들고 있는데.

고작 나는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변명하며 살아왔다.

생각에 파묻혀 온갖 고민들로 치환하면서도

생각인지 고민인지 쓸데없는 발광인지 알 수도 없으면서도

그것을 훈장쯤으로 여기며 무엇이든 쉽게 말하며 살아왔다.



* 장소 :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 사진, 글 : 나빌레라(navillera)

사진과 글에 대한 상업적 이용 및 무단 인용과 도용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2015. 나빌레라(navillera) all rights reserved.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등대 불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