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소멸

사람에게 사람이란?

by navygrey

세상만사 요지경,


예측하고 준비할 새도 없이 그저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입니다. 이해관계로 점철된 인간관계도 비대면으로 이루어지고, 상호 감정의 교류까지 온라인으로 전달되는 세상.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내일은 또 알 수 없죠.

물론 과거 아날로그의 시대도 그러했겠습니다만, 어느 순간부터는 너무도 빠르게 바뀌고 적응할라치면 또 다른 시대를 맞이해야 하는 급변과 격변이 난무한 시대를 살아가는 기분입니다. 이에 대해 저는 인터넷, 스마트폰, 그리고 AI가 삶의 구석구석 파고들어 지배하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주변 지인들과 대화를 나눠봐도 딱히 누가 부정하지는 않는 걸 봐선 추정 수준이 아닌 확정이 가능한 대목같습니다.


온갖 분야별 기술이 발전해 온 탓에 인간의 수명은 이제 평균 80년을 넘어 100년을 바라보는 상황이고, 자동차가 알아서 주행 및 주차를 하기도 하는 세상, 이동식 휴대전화를 통해 영화와 음악 감상, 로봇이 집안 구석구석 청소를 하고 음식점에서 배달하기까지... 과거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일들이 어느새 하나 둘 현실이 되어있고 어느정도 적응이 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렸을까요? 고작 10~20년입니다. 신기하고 낯설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제 더는 새롭거나 놀라울게 없겠다는 기분을 동시에 느낍니다. 때문인지 가장 신기하고 놀라울 게 뭐냐고 누가 제게 묻는다면 신제품, 신기술 등이 아닌 오히려 인간 간 상호 ‘관계의 소멸’이라 대답할 것 같습니다.


다양한 선택지 속에서 정답은 없지만 매번 최적의 선택을 강요받는 시대, 때로는 그 선택마저 기계나 기술 등을 통해 자동으로 처리해주는 시대입니다. 인간만이 인간들 속에서 만들어 나누는 관계와 그 관계로 비롯되는 다양한 감정들, 그리고 선택 행위 등에 따라 발생하게 되는 여러 상황들이 당연한다는걸 우리는 알고 있지만, 어쩌면 동시에 당연한 것이 아닐 수도 있고, 그저 불필요함으로 치부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죠.


80-90년대의 아날로그적 감성과 추억은 최근 3-4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게는 하나의 향수로, 지금의 20대 전후 청년층에겐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에 대한 하나의 환상 내지는 동경의 대상으로 마치 빈티지, 복고가 유행처럼 돌아온 듯해도 이 또한 잠시 지나가는 현상들 중 하나일겁니다. 패션의 유행이 돌고 돌아온다는 것처럼 말이죠. 다만, 우려가 되는 것은... 인간은 누구나 자신과 타인 간의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여러 감정과 상황들로 인해 울고 웃고, 행복 또는 불행하기도 하면서 살다가 뜻하지 않게 태어난 것처럼 언제일지도 모를 시점에 죽습니다. 근데 정작 태어난 김에 산다해도 사람 간의 대면을 통한 교류도 없이 목적에 의한 관계를 만들어내고 또 쉽게 지워버리는 삶이 팽배해지는, 그리고 사람에게 있어 사람이라는 존재가 그저 여느 기기와 같이 필요에 따라 각자의 곁에 두고 활용하는 하나의 대상이 되는, 그리고 경우에 따라 그마저도 필요없으면 버려도 그만인 하나의 도구가 되어버리는... 그런 세상이 되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그럼에도 살다보니 살아갈수록 '사람이 귀신보다 무섭다'는 말이 있듯이

역설적이게도 '사람'에게 '사람'이 가장 위험한 존재라는 것이 웃지 못할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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