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담한 카페에서의 회상

백수 도전기(9)

by 글짓는 베짱이

고향마을 도착하기 전 3km 전에서 나는 차를 멈춰 세울 수밖에 없다.

그곳에 소담하게 꾸며진 작은 카페는 내가 고향에 올 때면 항상 찾게 되는 감성의 곳간 같은 곳이다.

중학교 단짝이었던 친구 녀석의 고향 마을 입구이기도 한 이곳에서 오늘은 그 친구를 그리며 혼자 커피를 마셨다.

[카페 내부는 옛 추억 감성을 자극한다]

중학교 3년 내내 다른 반이었던 그 녀석과 친해지고 싶어 시험기간 자율학습시간에 찾아가 수학 문제를 물어보았던 기억이 난다. 당시 녀석은 전교 1,2등을 하던 우등생이었는데 성격도 온순하고 밝아서 내 마음에 쏙 들었었다. 그 녀석과 더욱 친해진 계기는 탁구를 치면서부터다. 나는 중학생 때 이미 웬만한 성인들도 거뜬히 이길 만큼 탁구 실력이 좋았는데 녀석은 똑딱 탁구를 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나는 실력을 감추고 녀석의 실력에 맞춰주면서 강한 승부욕까지 억누르며 져주었고, 녀석이 웃는 모습에 기뻐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 생각을 하니 내가 녀석을 얼마나 절친으로 만들고 싶어 했었는지 그때의 마음이 너무 이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잠시 녀석에게 전화를 걸어볼까 하다 그냥 이대로의 느낌을 잃고 싶지 않아 관두기로 한다.

[내 커피를 만들고 있는 모습]

카페에선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 <카더가든>의 '우리의 밤을 외어요'가 흐르고 나를 감히 일어나지 못하게 잡아끈다.


그 녀석과는 고등학교 2년간 함께 자취생활을 했었는데, 처음에는 신혼부부가 사는 아파트의 방 하나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한 달 만에 밤마다 너무 시끄럽다고 쫓겨났었고, 이 사하던 날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학교 리어카를 몰래 끌고 나와 간소한 이삿짐을 싣고 다른 자취방으로 향했다. 약 1km 정도 되는 거리 중 절반 이상이 내리막길이었는데, 한번 출발 후 리어카를 멈출 수 없었던 우리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으로 질주하면서도 배꼽이 빠져라 웃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름답던 추억의 회상을 뒤로하고 나가는 출입구에서 잠시 멈추어 밖을 보니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문을 열여야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이렇게 오늘 백수의 하루는 그리움이란 제목으로 책 갈피에 꽂아 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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