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이미 알고 있다
결혼 1년 만에 10kg이 쪘다.
원래 결혼하고 찐 살은 행복의 무게라지만, 10kg은 좀 많이 무겁다.
출근복이 안 맞으면서 심각함을 인식, 닭가슴살을 결제하며 대체 무엇이 원인인지 고찰했다.
신혼의 로망에 충실했다. 밑반찬은 자신 없어서, 연두와 백종원 레시피만 믿고 된장찌개와 제육볶음을 만들었다. 그마저도 자신 없으면 고기든 야채든 무조건 구웠다.
요리는 하면 할수록 일이 많아지는 게 문제다. 재료 사 오기, 설거지 하기,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등등 귀찮은 게 너무 많다. 퇴근 후 쌓여가는 집안일을 보면서, 맞벌이 부부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인정했다.
그때부터 배달의 민족 진성 팬이 되었다. 마침 재택근무까지 겹치니, 주 5일 근무 중 최소 3일은 배달 음식으로 연명했다. 남은 2일은 동네 시장에서 사다 먹었다.
살이 안 찔 수가 없다.
결혼의 장점은 뭘까? 더 이상 데이트 룩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결혼 1년 후, 출근할 때를 제외하면 치마를 입지 않게 되었다. 맛집을 갈 때도, 여행을 갈 때도 편한 추리닝과 함께한다. 요즘 추리닝은 라인이 참 잘 나온다. 남색 추리닝과 함께라면, 내 옆라인은 아직 괜찮아 보인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넷플릭스를 접했다. 혼자서는 무서워서 절대 못 봤을 워킹데드, 킹덤, 스위트홈 등 남편과 함께라면 볼 수 있는 게 너무 많았다.
맞벌이 부부의 영화 타임은 밤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신혼부부의 밤에는 야식과 맥주가 빠질 수 없다. 꿈같은 신혼 생활,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행복의 무게도 무거웠다.
결혼 생활 2년 차. 풍부한 문화생활의 보람과 여운, 그리고 넉넉한 뱃살이 남았다.
나와 남편은 장녀, 장남이다. 즉, 양가의 첫 결혼 자녀로서, 특히 어머니들의 무한한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 어머니의 사랑은 집밥이고, 그분들의 걱정 또한 집밥이다. 나이만 먹은 철부지 자녀들이 결혼해서 잘 사는지, 밥은 먹고 다니는지가 그분들의 주된 고민이다. 고민 끝에, 양 손 가득 어머니의 사랑을 들고 신혼집을 찾아오신다.
오랜만에 먹는 어머니의 집밥은 정말 맛있다. 높고 큰 사랑만큼 양도 많다. 하지만 절대 버릴 수 없다. 바쁘신 와중에 자식 걱정으로 꾹꾹 눌러 담아주신 반찬을 어떻게 버릴 수 있는가! 그래서 먹고 또 먹는다. 나와 남편은 건강해졌다. 몸도 마음도, 그리고 뱃살도.
이상, 결혼하고 10kg가 찐 이유에 대해서 분석해봤다. 하지만 이유가 뭐가 중요한가? 결국 내가 많이 먹어서, 내가 살이 쪘다는 게 중요하다. 다이어트는 평생 목표, 결혼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요즘 우리 부부는 다이어트를 한다. 점심은 일반식, 저녁은 고구마와 단백질로 먹는다. 그나마 싱글일 때보다 좋은 점은, 한 명이 폭주할 때 남은 한 명이 진심으로 말려준다는 거다.
더욱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오늘 저녁에도 나는 고구마를 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