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오늘 외근 있습니다."
출근한 팀장에게 아침 인사겸 보고한다.
외근 일정은 꼭 미리 말해야 한다. 사무실 밖으로 나가지만, 일하는 것임을 강조하기 위해서. 마음이 설레고 두근거린다. 외근은 회사일임에도 불구하고, 작은 일탈처럼 은밀한 즐거움이 있다.
영업 담당자와 사전 미팅을 하기 위해서, 외근 장소 근처의 카페를 검색한다. 오랜만에 평일 낮 시간의 카페 타임을 즐길 생각에 입꼬리가 자꾸 올라간다. 약속 두 시간 전, 교통 체증도 피할겸 조금 일찍 회사를 나섰다. 회사 로비를 지나자, 시원한 공기가 코로 훅 들어오면서 가슴이 뛴다. 오늘은 밖에 나왔다!
외근, 그 은밀한 즐거움
외근 시 이동은 무조건 택시다. 비즈니스룩으로 깔끔하게 차려입었는데, 괜히 지하철 타고 걷다가 땀이라도 나면 곤란하다. 이런 날엔 프로페셔널한 이미지가 경비 절약보다 더 중요하다. 그렇게 당당한 마음으로 콜택시 앱을 켠다.
외근지 근처 카페에 도착했다. 평일 오후의 카페는 자리도 널럴하고 공기마저 여유롭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햇살이 적당히 드는 자리에 앉았다. 창 밖을 바라보며, 커피 한 모금 여유를 만끽한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적당한 긴장감과 여유를 느끼면서 한껏 고무됐다.
영업 담당자가 도착하고, 오늘 미팅에서 논의할 아젠다를 같이 살펴본다. 사실 미팅의 80%는 이미 진행된거나 다름없다. 전화 통화로 그리고 담당자를 통해서 주요 내용은 이미 고객사와 논의를 마쳤다. 오늘 외근은, 사전 논의된 내용을 최종 확인하고 합의하는 자리다. 커피를 든 손이, 아젠다를 살피는 마음이 더욱 가볍다.
고객사와의 미팅은 예상대로 잘 끝났다. 얼굴 맞대며 명함을 교환하고, 사전 논의된 내용을 다시 한 번 짚어보면서 신뢰를 쌓는다. 서로의 입장이 반영된 최종안에 합의하며, 만족스럽게 고객사를 나왔다. 바깥 공기는 여전히 기분 좋게 시원하다.
오늘 하루도 꽉 차게 보냈다.
외근을 다녀온 하루는 참 짧다. 사무실로 돌아와서 팀장에게 미팅 결과를 보고하고, 문서로 정리하여 고객사를 포함 관련자들에게 이메일 보낸다. 최종 합의안을 명시하고, 어떻게 실행할지 후속 절차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시작한다.
몇 시간의 외근과 이메일 보내기를 끝내니, 벌써 퇴근 시간이다. 오늘 하루도 참 꽉 차게 일했다. 당당한 목소리로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인사한다. 팀장은 오늘도 수고했다며, 얼른 들어가서 쉬라고 한다. 참 보람찬 하루다.
외근 후 퇴근길은 유난히 뿌듯하다. 하루를 계획대로 보냈다는 만족감, 열심히 일한 자만이 느끼는 충만감, 바쁜 와중에 잠깐의 여유까지 챙겼다는 즐거움이 한데 모인다. 내가 회사원임이, 일할 수 있음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