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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나우 Dec 23. 2021

그래도 회사원이 제일 할만합니다.

가늘고 긴 커리어를 위하여


"Boys be ambitious"
소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William Smith Clark, 1826~1886)


나는 87년생으로 '20대여 자기 계발에 미쳐라'는 구호 속에서 취업을 했다. 그리고 내 주변에는 미래의 사업가를 꿈꾸는 동기가 참 많았다.


- 마흔 살이 되기 전에, 나는 내 이름을 걸고 사업을 시작할 거야.

- 나는 카페 사장이 되고 싶어. 벽 한 면을 만화책으로 가득 채워서 만화카페를 열거야.


취업을 하고 영업/마케팅 일을 하면서부터는, 반은 꿈으로부터 남은 반은 현실을 반영하여 주변 선후배들이 사업가의 길을 간다.


- 언제까지 남이 주는 월급으로 먹고살겠냐? 내 돈은 내가 직접 벌어야지.

- 배운 게 이 쪽 일이니까, 나도 아이템 하나 잘 골라서 미래를 준비해야지.


직장이 아니라 직업을 갖기 위해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과감히 회사 밖으로 뛰쳐나갔고 또 나갈 준비를 한다. 영어 시간에 배운 'Boys be ambitious'를 실천하기 위해서. 직장인의 별이라는 '사장' 명함을 갖기 위해서. 우리가 배웠던 그대로, 그들은 용감하고 열정 넘치는 어른으로 성장했다.

 


사장님이 되려는 사람들



사장을 꿈꾸는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정말 열심히 살아간다. 근무 시간엔 완벽한 일처리를 추구하는 전문가이며, 퇴근 후엔 운동, 영어, 독서 등 자기계발에 열심이다. 세련된 이미지를 위해서 자신에게 잘 맞는 패션과 헤어 스타일을 연구하고 관리한다. 돈, 시간 그리고 에너지 모두를 기꺼이 투자한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정말로 사업가가 되길 원한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월급쟁이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책임감. 그 누구보다도 가장 많은 일을 하고 결과까지 오롯이 감당하겠다는 각오야말로, 그들이 사장이 될 수 있는 이유다.


그래서 내 적성은 회사원이다.


가능한 책임을 적게 지고 싶다. 열심히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좋지 않을 땐, 노력이라는 정성적인 평가 점수라도 받길 원한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자기계발을 하지만, 반드시 내 업무 역량을 높이기 보단 그저 지금 해보고 싶은 활동을 천천히 즐기고 싶다. 환하게 빛나면서 고독한 별보다는, 내 몫의 무게만 짊어진 가벼운 구름으로 살고 싶다. 나는 사장님, 사업가엔 어울리지 않는다.



평범한 회사원도 Be Ambitious가 필요하다



사실, 윌리엄 클라크가 말한 'Boys be ambitious'에는 뒷 내용이 더 있다.

Boys, be ambitious! Be ambitious not for money or for selfish aggrandizement, not for that evanescent thing which men call fame. Be ambitious for the attainment of all that a man ought to be.”

소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돈을 위해서도 말고 이기적인 성취를 위해서도 말고, 사람들이 명성이라 부르는 덧없는 것을 위해서도 말고 단지 인간이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얻기 위해서.


회사원이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일까? 자기 일의 전문성, 남의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성실성과 약간의 수동감,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낼 수 있는 사회성, 매월 똑같지만 꾸준하게 들어오는 월급의 소중함과 규칙적인 소비 생활을 할 수 있는 계획성 등. 평범한 회사원이 되는 것만으로도 갖춰야 할 게 너무 많아서, 돈과 명예까지 탐낼 여력이 없다.


사실, 사장이 되기 위한 노력은 회사원에게도 필요하다. 우리도 전문가의 이미지를 관리하고, 자기계발을 하면서 취업을 하고 회사 생활을 버텨낸다. 회사원으로 사는 것도 대단한 일이다.



나는 회사원을 꿈꾼다.



나는 사업가가 되기 싫다. 회사일을 내 일처럼,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그 결과의 책임도 오롯이 내가 져야 하는 무거운 명예를 짊어질 자신이 없다. 주어진 예산으로 새로운 캠페인을 만드는 마케팅 일은 재밌지만, 그것 외에 재무회계나 생산관리까지 하고 싶진 않다.


그래서 내 적성은 회사원이다. 딱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도 회사와 나눠진다. 휴가와 연휴도 확실히 챙겨 먹고, 가끔 일하다 딴짓을 해도 전혀 생계에 지장이 없다. 100% 일만 하는 삶을 살고 싶진 않다. 에너지의 60% 정도만 회사에 쓰고, 나머지 40%는 나 하고 싶은 대로 놀면서 사는 실용적인 삶이 좋다.




일과 여가의 균형을 맞출 줄 아는 회사원의 삶을 위하여, 오늘도 나는 가늘고 긴 커리어를 꿈꾼다.

멋진 회사원으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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