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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나우 Feb 22. 2022

어른도 상을 받고 싶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어른도 아이와 똑같다.

회사에서 상을 받았다



- 나우나우씨, 내일 워크샵 때 앞 쪽 자리에 앉으세요. 옷도 너무 추리닝으로 입고 오지 마시고요.

- 팀끼리 앉는 줄 알았는데.. 다른 부서끼리 섞여서 앉는 건가요?

- 아뇨, 내일 나우나우씨가 상을 받을 거라서요. 대표님한테 직접 받을 거라서, 미리 앞 쪽에 앉으셔야 해요. 축하드려요~


정말 오랜만에 받은 상, 투철한 책임감과 애사심이 쪼금 상승했다.


상을 받았다. 초등학교 졸업하고 처음이다. 학교에선 공부 잘하는 애들한테만 상을 었다. 나는 공부를 잘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다른 사람이 말해주는 '참 잘했어요'를 잊고 살았다. 그런 건 내 사촌이나 엄마 친구 자식들만 받는 줄 알았다.


그런 내가 상을 받았다. 까먹고 있었던, 남들이 인정하는 나를 증명했다. 돈도 안 되는 상장 한 장이 예상보다 훨씬 기쁘다. 잠시 메말랐던 자기애가 다시 차올랐다. 어른이 되어서 받는 상은, 상금과 상품 이상의 가치가 있다.



어른도 아이와 똑같이 사랑받고 싶다



알랭 드 보통, 불안 中
사랑은 일종의 존중으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존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누가 우리에게 사랑을 보여주면 우리는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 우리의 존재에 주목하고, 우리 이름을 기억해주고, 우리 의견에 귀를 기울여주고, 약점이 있어도 관대하게 받아주고, 요구가 있으면 들어주기 때문이다. .. 사랑에 대한 우리의 요구에는 변함이 없어, 유아 시절과 비교해봐도 줄어든 것 없이 꾸준하고 집요하다.


책 '불안'의 저자 알랭 드 보통은 누군가 내 존재에 주목하고 관심을 쏟는 것이 사랑이라고 얘기한다. 가족, 연인 외에도 사회생활에서 받는 존중 역시 사랑의 카테고리에 속한다.


어른이 된 이후의 삶에서 받아야 할 '세상이 주는 사랑'이 있다. 사랑을 받지 못할 때, 우리는 고통스럽다. 사회의 사랑과 존중을 받지 못하는 어른은 체념에 젖은 멍한 얼굴로, 그저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텨낸다.


일하는 어른들도 칭찬을 듣고 상을 받고 싶다. 알랭 드 보통의 말처럼, 사랑받고 싶은 욕구는 어른이 되어도 아이와 똑같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상을 받고 싶다



초등학교 땐 많은 친구들이 상을 받았다. 수학경시대회, 과학경진대회, 백일장, 체육대회 등 수업하는 과목마다 1, 2, 3등에 특별상까지 있었다. 공부를 잘 못해도, 학교생활만 열심히 하면 상을 줬다. 청소를 열심히 하면 협동상, 친구들과 잘 지내면 착한 어린이상. 작은 가능성도 빼놓지 않고 칭찬해줌으로써, 우리 모두를 재능 있는 어린이로 고무시켰다. 1등이 아니어도 착하고 바른 어린이가 될 수 있었다.


그때의 감성을 회사에서 다시 느낀다. 업무 성과가 뛰어나도 상을 주고, 동료와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사람에게도 상을 주고, 가끔은 베스트 & 워스트 드레서까지 상을 준다. 5년, 10년을 버틴 사람에겐 제일 큰 상을 준다. (학교에서도 근면상의 가치가 가장 높았다.) 잘한 사람은 잘한 대로, 그렇지 못한 사람에겐 평범한 대로 동기 부여에 힘쓴다. 서로의 다양한 장점을 칭찬해줌으로써, 우린 아직도 꽃피울 재능이 있다고 말해준다.




초등학생 시절, 글짓기 상을 종종 받곤 했다. 수학을 못하는 좌절감보단 국어에 재능이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자랐다.


35살의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초등학생 아이와 똑같은 감정으로 살아간다. 잘하는 걸 찾고 싶고,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다. 그래서 회사에서 받은 상이 반갑고 기쁘다. 참 잘했다는 어른이상을 받고, 앞으로 더 잘해야지 다짐한다. 더 열심히 살겠다는 의지를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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