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우나우 Jan 23. 2022

오늘은 꼭 전화영어 하고 자야지

직장인의 자기 계발

새해가 됐으니 영어 공부를 시작한다



코로나 시국에 학원을 가긴 좀 그렇고(귀찮고) 과외를 하자니 돈이 비싸다. 올해도 역시 스케줄 효율적이고 가격도 저렴한 전화영어를 해야겠다.


아침엔 출근하기 바쁜데 영어까지 할 여력이 없다. 점심시간엔 밥을 먹어야지 남은 오후를 버틴다. 퇴근 직후엔 밥도 먹고 조금은 쉬어야 한다. 역시 잠자기 전, 밤 시간이 낫겠다.


다들 똑같은 생각인지, 저녁 수업료가 제일 비싸다. 밤 11시 30분, 하루의 마무리를 전화영어로 하겠다고 다짐하며 A존 수업을 신청한다.


민병철 유폰 비즈니스 전화영어 수업료. 황금 시간대인 A존(6:00~24:00)이 가장 인기있고 비싸다.



모든 직장인의 숙제 "영어"



"영어 못하면 직장생활 힘들다.
잘해도 힘들고 못해도 힘들지만, 못하면 더 힘들어. 쪽팔리고..
/ 웹툰 '미생' 中


영어를 못하는데 해외영업팀에서 일한 적이 있다. 나름 마케팅 브레인 출신인데,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 하나로 행정 서류 지원 업무만 했었다. 정말 자존심 상하던, 회사생활 중 가장 우울하고 힘든 시기였다.


이를 악물로 영어 공부를 했다. 주 2일 퇴근 후 원어민 1:1 과외를 했고, 주 5일 밤마다 비즈니스 전화영어를 20분씩 했다. 주말에도 맘 편히 쉬지 못했다. TED 강의도 찾아보고, 굳이 영어권 영화만 찾아봤다. 가끔 꿈에서도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2개월쯤 고생하고 Opic IH 점수를 받으면서, 회사 영어점수 커트라인을 넘기고 해외영업 담당자가 되었다. 영어는 일하면서 더 많이 늘었다. 산업군, 제품군이 고정된 비즈니스 영어는 시작이 어려울 뿐 익숙해지면 수월했다. 힘들게 얻은 영어 실력은 이후 마케팅팀으로 돌아가면서 큰 무기가 되었다. 영어로 말하고 쓸 수 있는 회사원은, 일하면서 자기 계발까지 열심히 한 부지런한 인재로 비춰졌다. 덕분에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영어를 손에서 놓지 못하게 되었다.


웹툰 '미생' 4화 中



오늘은 꼭 전화영어 하고 자야지



한국엔 나 같은 회사원이 참 많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도 못하는 사람도, 그놈의 영어 때문에 늘 고민이다. 퇴근해서도 맘 편히 쉬지 못한다. 출퇴근 전/후 시간대의 전화영어 수업료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때가 제일 비싸고 인기 있다. 돈도, 시간도, 체력과 정신력까지 모조리 영어에 바치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년 새해 목표는 또 '영어 공부'다.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다. 정확히 말하면 영어 실력으로 대변되는 '능력 있는 회사원'이 되고 싶어서다. 영어로 멋있게 발표하는 인재가 되고 싶어서, 좀 더 성장하는 내 모습을 보기 위해서, 올해도 나는 영어 공부를 한다.




오늘도 나는 전화영어를 한다. 수업 시작 10분 전까지 취소할까 말까를 수십 번 고민하다가, 괴로워하며 전화를 받는다. 그리고 오늘도 참 열심히 살았다고, 자기 계발도 잘하는 내 모습을 뿌듯해하며 잠이 든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간의 지배자, 회사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