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에명시된 보톡스는 앨러간 브랜드가 아닌, 보툴리눔 톡신의 일반 명사 의미로 쓰였습니다.
학술 세미나를 개최했다. 코로나 시국이 끝나고 오랜만에 준비한 행사였다. 고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것인지 마케팅, 학술, 영업팀 임원부터 실무자까지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1. 트랜딕하면서 매출에 도움이 될 메시지
제품의 아이덴티티가 돋보이면서, 의사 고객이 수긍할 만큼 학술적이고, 판매에 도움이 될 마케팅 메시지를 만들어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을 갖춘 메시지가 세상에 존재할까 싶지만, 회의실에 모인 집단지성의 힘을 빌려본다.
최근 에스테틱 시장의 트랜드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보톡스/필러/레이저 등 여러 가지 시술을 조합한 복합 치료이고, 두 번째는 스킨부스터 시술 유행이다. 너도나도 할인 경쟁을 하다 보니, 차라리 환자 맞춤 혹은 프리미엄 포트폴리오를 개발하여 객단가(고객 1인당 평균 매입액)를 높이는 것이 요즘 병원들의 추세다.
메시지 주제는 '복합 미용 치료'로 결정했다. 시장 현황에 부합하면서 회사 제품 라인을 모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술팀에서 과학 근거 자료를 찾아주고, 영업/마케팅에선 메시지를 강연(=홍보) 해 줄 의사를 찾는다. 바이럴 마케팅은 제약 산업에서도 가장 효과 좋은 방법이기에, 회사를 대신해서 동료 의사에게 입소문내 줄 키닥터(Key Doctor)를 만들어야 한다.
회사 고객 중 강연 의지가 있고, 우리 메시지에 공감하는 키닥터 몇 분을 섭외했다. 마케팅, 학술, 영업팀과 키닥터의 협업으로 새로운 메시지가 탄생했다.
1) 필러와 스킨부스터의 콜라보레이션 - 화사하고 보드라운 피부결과 부드러운 얼굴 라인을 한 번에 해결하기 - 스킨부스터로 넓고 탄탄한 피부 조직을 다진 후, 필러를 주입하여 특정 부위에 볼륨감 주기
2) 오래가는 리프팅 효과 - 보톡스와 실리프팅 효과 극대화 - 보톡스로 주름진 근육을 평평하게 만든 후, 실리프팅으로 팽팽하고 날렵한 얼굴 선 만들기
키닥터와 학술팀이 강의 슬라이드를 만드는 동안, 마케팅과 영업은 강연 행사를 준비한다.
2. 학회, 세미나, 주말 근무
행사는 보통 주말에 한다. 에스테틱 개원 의사가 모객 대상인데, 그들이 토요일까지 진료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엄마는 주말에도 일하는 파워 워킹맘이 되고, 아빠와 할머니는 아기와 함께하는 행복하고 피곤한 일요일을 맞이한다.
봄/가을에는 다양한 학회가 열린다. 보톡스/필러 시술 전문의가 한 자리에 모이는 만큼, 새로운 메시지를 홍보할 좋은 기회다. 학회 임원진과 협의하여, 점심 강의(Luncheon Symposium)를 배정받았다. 도시락을 먹으면서 강의를 들으므로, 오전 내내 공부하느라 지친 의사들을 많이 모객 할 수 있다. 문 앞엔 홍보 부스를 설치하여, 강의를 들은 의사들이 우리 브랜드에 최대한 노출되도록 동선을 기획했다. 행사 전 날까지, 영업부에서는 만나는 고객마다 학회 강의 한 번 들어보시라며 적극 홍보한다.
서울 5성급 호텔은 학회 다니면서 발도장 찍고, 부산/대구/대전/광주 지방 대도시 호텔은 세미나를 열면서 도장깨기 한다. 키닥터와 함께 지역 세미나를 개최하여, 서울까지 올라오기 어려운 지방 의사들에게도 새로운 메시지를 홍보한다. 단순 홍보 행사면 의사들이 모이지 않기에, 최신 학술 트랜드 강의도 추가하여 그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세미나는 보통 20~30명 규모로 운영된다. 인원이 적은 만큼 질문 기회가 많고, 강연자와 참석자 간에 활발한 토론도 가능하다. 키닥터의 명성과 강의력에 힘입어, 새로운 메시지도 신뢰감 있게 전달된다. 호감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서, 밖에서는 영업사원이 직접 방명록을 받으면서 기념품을 나눠준다. 오늘의 노력이 긍정적인 브랜딩과 매출로 이어지길 바라며, 마지막까지 웃는 얼굴로 고객에게 인사한다.
3. 오늘도 성과 있는 하루가 되길
주말 행사는 힘들지만 보람차다. 고객들로 꽉 찬 강의장을 보면서, 내 노력으로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고객을 키닥터로 섭외해서 함께 메시지를 만들고, 학회와 세미나를 통해서 학술 레퍼런스로 만든다. 영업부는 근거 있는 마케팅으로 고객에게 홍보하고, 수긍한 고객은 병원의 최신 시술법으로 도입한다. 병원에서 여러 소비자에게 많이 시술될수록, 메시지는 새로운 트랜드로 성장하여 더욱 퍼져나간다. 시장을 발전시키면서 회사 매출도 올라가는 건강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부디 이번 행사가 새로운 트랜드로 잘 자리 잡길 바라면서, 오늘도 보람찬 주말 일과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