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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미스럽게 Oct 26. 2021

엄마의 깃발을 펄럭이다

다시 책


지금의   읽는엄마라고 말할까? 요리보다 주되게 책을 들여다보는 듯하다. 주어와 서술어 사이 끼어있는 ‘ 읽는 관형사적 의미는 나의 의지를 담아 그렇게 나아갈 것을 선포하는 의식이다. 아들은 ' 읽는 엄마' 싫다고 했다. 그냥 예능 보며 '푼수처럼 웃던 예전 엄마'  좋다고 했다. 자신이랑 놀아주지 않고, 책만 들여다보는 엄마에게 많이 섭섭하다는 우회적 표현이다.  책을 다시 붙잡기 전까지  ‘TV 속으로 빠져드는 엄마였다. 그저 웃을 거리만 찾았다.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며 지금 당장   있는 예능 프로그램 버튼을 눌러댔다. TV 친구 삼아 ‘때렸다. 힘들었던 걸 다 토해내기라도 하듯 웃음 대포를 허공에다 마구 쏘아댔다.  날의 2 인생도, 돈  의무적인 생각도  피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남편이 하던 일을 그만두고 사업을 하겠다고 했다. 많이 다퉜다. 안정적 월급 생활을 거두겠다 하니 불안한 마음에서 오는 예민함이 더해졌다. 응원보다 부정적인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확신이 없었다. 코로나 시국에 시작한 남편의 사업은 다행히 생각보다 벌이가 좋았다. 사업이란 게 수입의 안전성은 장담할 수 없었다. '이제 나도 일을 해야겠구나!' 생각하게 된 계기다. 아이도 점점 커가고 나를 찾고 싶었는지 모른다, 나만의 경제력도 갖고 싶었다. 그때 내 아이는 초등 5학년이었다. 등교는 막히고, 집콕이 지속되면서 짧은 줌 수업으로 학교 수업이 대체되고 있었다. "난 뭘 할 수 있을까?" 육아에 몰입했을 때는 아이 성장 과정마다 '엄마도 배워야겠다' 싶어 때마다 공부해오던 게 여러 개의 자격증 취득으로 이어졌다. 수료과정을 더하면 배움의 강좌는 훨씬 많다. 자칭 배움의 달인이다. 한국사, 세계사, 창의수학, 토론 논술, 보드, 그림책 독서강좌 등 배울 수 있는 대로 공을 들였다. 돈 벌 생각으로 시작한 공부는 아니었다. 17년 전직 방송인에 9년 차 경단녀 주부. 아이를 키우며 집 안에 머물던 나인데, 집 밖을 나서면 '무얼 할 수 있을까?' 새롭게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에 돈을 벌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2막의 여정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고액의 투자비용을, 1년 넘게 준비하던 하나의 사업을 내려놓았다. 포기라는 단어는 잠시 접어 두기로 했다. 당분간 취미에 머무르기로 했다. 누군가를 탓하지 않겠지만 나의 선택에 대한 후회가 역시 남았다. 한없이 눈물만 흘렀다. 누구와 나눌 수 없는 내 몫이란 게 고스란히 남았다. 멋모르고 뛰어든 건 아닐까? 왜 사업을 한다고 했을까? 그냥 예전처럼 집에서 조용히 살림이나 할 걸. 해야 할 일 많고 참 치열한 세상이다. 사업이란 이름 앞에서 난 '체하는 중'이었다. 사업은 타고나야 할까? 방황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었다. 과감히 투자한 돈은 건질 수 없었고, 오랜 시간 홀로 견뎌 준 내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스스로 선택했고 다시 내려놓은 사업에 대해서는 마음속이 아릿했다. 생채기가 남았다. 분명한 한 가지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룰 것임을 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노랫말 가사도 있지 않던가. 더하고, 빼고, 나누고, 곱하는 사칙연산은 삶에도 적용되는 법이니까.

 

누가 시킨 게 아닌데 나는 책을 붙잡고 있었다. '생존 독서'라는 말이 있다. 본능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이끌림. 다시 ! 어릴 적 우등생도, 책벌레도 아니었던 내가 의도적 인연을 맺은  ‘이다. 그 방황 속에서 스승을 만나고, 친구도 만나고, 온갖 위로와 힘이 되는 이야기를 전해 들을  있는  세상, 코 시국에 어울리는 제 격의 만남이었다. 감사하다. 시끄런 소음을 거두고 ‘고요 속에 한적한 책길 찾아냈다. 희로애락을 마주한다.  안에 숨어있던 것도 잠시 꺼내본다. 조용히 와닿는  구절에 눈물과 콧물이 새어 나왔다. 깨우치기에  슬로리딩을 한다. 동기부여를 찾아 정독한다. 잊지 않기 위해 밑줄 그으며 기록한다. 소리 내어 낭독한다. 다듬어 원고를 쓴다. 동영상으로 책을 기록한다. 영상 제작과 편집 작업이 새벽녘까지 이어져도 졸린 줄 모르고 감당했다. 책을 통해 새롭게 창조자의 길을 개척해 나아가고 싶다. 때론 서평도 남긴다. 책을 추천한다. 좋은 책 알게 되어 고맙다는 말을 듣거나, 그 책을 읽고 싶다는 얘기를 들을 때, 낭독해주니 더 잘 들린다는 칭찬을 들으면 내가 살아나는 듯하고 기분이 좋다. 내 시간이 알차게 느껴져 좋다.  북 튜버다. 책을 읽고, 나눌 얘기를 선택하며 책을 추천한다. 책과 작가, 출판사와 독자가 모두 행복해지는 상생의 가치를 새기며 나의 길을 가고 싶다. 북 튜버로서 두 달이 되어간다. 비록 새싹이지만 계속 배워나갈 것이다. 배울게 많다. 17년 동안의 묵혀두었던 방송 경험과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는 지점을 비로소 찾은 것 같아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해졌다. 책을 만나 원고를 작성하고, 낭독하고, 여러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자 한다. BACK TO THE BASIC! 나의 2막의 무대는 책을 통해 다시 시작되었다.




책길을 가던 중, 썩 반기지 않는 내색을   현실 , 아들이다. 예전 사업 준비에 엄마를 잠시 뺏긴 아들은 이제 수십 장의 종이들에게 엄마의 시선을 빼앗 셈이다. 그걸 알아챈 똑똑한 아들이다.  여전히 ‘엄마라는 깃발 펄럭이는 중이다.  ‘책 읽기’에 도취되어 잠시 본분을 망각하기도 했다. 아직 어린 아들에게는 우선, 엄마의 사랑이  고프다. 어느새 훌쩍 커서 이제 중학생이 되는 아들에게 시선 맞춤, 나의 숙제다.  내 분신에게 실현시킬 삶의 자극, 어미로서의 너에 대한 사명. 난 엄마니까.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 읽는 아빠' 존경하면서도  신나게 뛰어놀았었다. 자책감이 슬며시 차오른다. 책을 읽고 있으면  괜찮을  알았다.  스스로를 합리화했다.'아들, 너도 언젠가는  읽는 엄마 그리워질 때가  거야.'  어느새, 하늘나라 아빠처럼 '책 읽기에 물들어 가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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