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라졌으면 좋겠어 - 옥상달빛

사라지고 싶었던, 그리고 아직도 사라지고 싶은 나에게

by 나나

아침에 일어나 곱게

정리한 이불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을 했어

아무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었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그런 생각을

내가 사라졌으면

내가 사라진다면

처음부터

이 자리에 없었던 듯이

오늘도 어제처럼

열심히는 살고 있어

이렇게 살다 보면

내가 사라지면 안 되는

이유가 생기겠지

이렇게 살다 보면


-옥상달빛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어'-


아침이 너무 싫었던 날들이 있었다. 자기 전에는 내일 아침 눈을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오지도 않는 잠은 청했다. 그때 내가 가진 생각은 '죽고 싶다'가 아니라 '그냥 사라지고 싶다'였다. 두 생각은 결과는 같지만 다른 의미를 가진다. 사라지고 싶다는 것은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기력이 절정에 다다른 상태이다.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티던 그때에 이 노래가 나왔다. 어쩜 내 생각과 너무도 같아서 언니들이 내 속을 들여다보신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공연장에서 이 노래를 들으며 일열 정중앙에서 울기도 했었다. 옥상달빛... 언니들은 역시 위로의 아이콘이다.

'이렇게 살다 보면 내가 사라지면 안 되는 이유가 생기겠지. 이렇게 살다 보면' 이 부분은 내가 공감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이유가 과연 생길까? 꼭 이유가 생겨야만 할까? 지금 이대로 사라지면 안 될까? 하는 생각들이었다. 위로의 아이콘이라 마지막에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넣으신 걸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정말 그냥 이렇게 살다 보니 내가 사라지면 안 되는 이유들이 생겨났다. 내가 없으면 안 되는 반려견이 생겼고, 삶의 바닥에 다시 내려가지 않기 위해 하고 있는 많은 일들이 있다. 열심히 나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한 결과 이제 나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게 되어 나를 돌볼 줄 알게 되었다. '사라지면 안 되는' 이유보다는 아직은 '사라지지 않아도 되는' 이유에 가깝긴 하지만.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사라지려고 노력해 봤고, 그 이후 많은 생각들을 거쳐 지금 조금은 안정된 내가 되었다. 바닥을 쳐봤기에 다른 사람들 고민에 공감하고 위로해 줄 수 있게 되었고, 그 기분을 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게 되었다. 사실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은 아직도 한다. 그렇지만 가사의 뒷부분처럼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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