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니? 우리 그때 말이야.
계절이 언제였더라. 6월이었나. 적당히 바람 불고 적당히 햇살이 따뜻했어. 아침 햇빛이 방안을 비출 때 그 눈부심에 기분 좋게 깨어났지. 너는 옆에서 내가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어. 집 문을 열어주니 후다닥 마당으로 뛰어가 모닝 쉬아를 하고 들어왔어. 표정이 어찌나 개운해 보이던지. 헤헤 웃고 있는 너를 안아주고 아침 겸 점심을 챙겼어. 쫄깃한 베이글을 냉동실에서 꺼내 은은하게 데워진 프라이팬 위에 올렸어. 노릇노릇 구워지면 크림치즈를 발라 우유와 함께 먹었지. 너도 먹고 싶다고 떼를 쓰면 안쓰러운 마음에 고구마를 던져줬어.
그날 우리는 수국을 보러 가기로 했어. 남쪽 어딘가 수국이 가득한 동네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거든. 사진을 남기기 위해 평소에 입지 않던 원피스를 꺼내 입었어. 넌 더울까 봐 옷을 입히지 않았어. 차 타고 수국이 있는 동네로 가는 길. 왼쪽에는 푸른 바다가 있었고, 오른쪽에는 싱그러운 초록 나무들이 가득했어. 너도 나와 같이 창밖을 구경하며 드라이브를 즐겼어.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아무도 없었어. 사진 찍기를 싫어하지만 혼자라는 사실에 눈치 보지 않고 맘껏 사진 찍었어. 블루투스 삼각대에 핸드폰을 끼워두고 길 건너편에서 리모컨을 계속 눌러댔어. 기분이 좋았는지 더워서 그런 건지 헤헤거리며 넌 웃고 있었어. 덕분에 행복한 모습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지.
근처 바닷가에 앉아 파도 소리를 음악 삼아 멍하니 바다를 바라봤어. 너는 익숙한 듯 옆에 엎드려 졸고 있었어. 가끔 일어나 주변 냄새를 맡고는 다시 앉아 기다렸지. 엉덩이 툴툴 털고 일어나 향한 곳은 돈가스집. 양배추샐러드 한 조각 네 입에 넣어주고는 바삭한 돈가스 한 조각 베어 물었지. 다 먹고 배 통통거리며 찾아간 곳은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짝을 찾기 위해 울부짖는 매미 소리를 백색소음 삼아 낮잠을 잤어. 나는 자전거 타고 너는 달리며 바닷가 주변을 질주하기도 했지. 네가 어찌나 빠른지, 자전거로도 따라가지 못했어. 이렇게나 잘 달릴 수 있는데 항상 내 걸음에 맞춰준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
해 질 무렵 근처 바닷가에 앉아 서서히 해가 지는 모습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했지. 그 시간이 참 좋았어. 아무 생각 없이 파란 하늘이 점점 붉은색이 되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동안이. 아마 혼자였다면 좀 지루했을 거야. 우리가 함께여서 더 좋았어. 해가 수평선 너머 사라질 때까지, 파란 하늘이 붉게 그리고 짙은 남색이 될 때까지 한자리에 앉아 지켜봐. 흐르는 시간을 눈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어. 시간이 흐르는구나. 지나가는구나.
어두운 밤길을 돌아와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더러운 네 발을 씻긴 후 찍었던 사진을 정리해. "오늘 사진 잘 나왔네." 그리고 몽글몽글한 마음을 가지고 포근한 이불속으로 들어가. 내일은 오름에 가야지 다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