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삭 속았수다」 작가님께

by 우아

요즘 「폭삭 속았수다」라는 드라마가 아주 인기다. 우리 집에는 26인치짜리 텔레비전이 있기는 하나 그냥 장식용이라 틀어도 뭐가 나오지 않는다. 가끔 아이들이 노트북이나 휴대전화를 연결하여 영상을 보는 용도이다. 그 말인즉슨, 나는! 팔팔한 40대 청춘의 아줌마인 나는 드라마를 텔레비전으로 못 본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휴대전화로라도 보느냐. 그것도 아니다. 삼남이에게 모범을 보이고자 그것마저 수절하고 산다. 이 얼마나 인풋 대비 효율성 떨어지는 아웃풋이란 말이냔 말이다. 그래도 궁금하니깐 유튜브의 힘으로 세상 돌아가는 소식은 간간이 듣고 산다. 그래서 저 「폭삭 속았수다」의 명장면 정도는 보았고 그걸 볼 때마다 나는 가슴 속에서 열불이 치솟는 경험을 했다. 텔레비전이 온전히 나오지 않음에 이렇게 감사할 줄은 몰랐다.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일까요? 여러분~ 그렇다. 바로 양관식이! 그 남자 주인공과 학~씨! 그 부계장님이시다. 아니다. 그 둘도 아닌 나와 함께 동거 중인 현실 세계 나의 남편이시다. 양관식이를 볼 때마다 나는 열을 심하게 받는다. 열받아 발을 구를 정도다. ‘저런 남자가 세상에 진짜 있어? 있으면 안 돼! 그러면 나는 뭐가 되는데?’

한 남자가 있었다. 이 남자는 귀하게 자라신 막둥이 아드님이시다. 중요한 건 그 위에 호랑이 같은 누님들이 많았다는 점. 하여 이 남자는 귀하신 편 치고 칭찬이나 격려를 많이 받진 못한 모양이다. 이미 장성한 누님들 눈에 코딱지만 한 남동생이 눈에 차기나 했겠나. 맨날 혼나고 박살 나고 그런 인생을 살아오다 보니 사람이 좀 꼬였다. 그렇게 남을 쳐내지 못 해 안달이고 그렇게 자신의 장점을 어필하지 못하면 엉덩이가 들썩들썩, 입이 근질근질한 사람이다.

한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는 알아서 큰 장녀였다. 남이 뭐라 하기도 전에 알아서 해야 했다. ‘칭찬이 뭐가 중해~ 내가 그냥 하면 되는 거지~ 그것이 기본값인데~’ 그래서 남에게도 그냥 관심 무! 남이 자기에게 관심 없어도 그냥 자기만 만족하면 행복한 그런 여자~ 혼자서도 아주 잘 놀고 잘 살고 잘 즐기는 그런 여자였다.

그런 남자와 그런 여자가 만났는데 아니 이 남자가 자기 잘난 면을 이 여자를 깎아내려서 드러내려고 안달이다. 이 여자는 이 이상한 남자를 어찌하지 못하고 그냥 내버려뒀다. 그러다 보니 그게 자연스러운 둘의 관계가 되었고 어느 순간 보니 이 여자의 자존감이 땅을 파고 지하 깊숙이 박혀 있었다. 「폭삭 속았수다」의 학~씨!처럼 욕을 입에 달고 살거나 바람을 대놓고 피지는 않았어도 이 남자는 이 여자를 존중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 어떻게 되긴. 여자가 무너졌다. 무쇠가 무너진 게 아니라 여자가 무너졌다.

그 여자가 나다. 나는 그냥 내버려둬도 혼자 잘 사는 여자였다. 그런데 그런 나를 남편은 자꾸 조각하듯 깎고 깎고 또 깎더니 없애버렸다. 무의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것이 내가 양관식을 보면서 대노한 까닭이다. 세상에 양관식 같은 사람이 진짜 있다면 나는 진짜 안 될 것 같다. 「폭삭 속았수다」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데 드라마로조차도 보고 있기 화가 난다. 그래서 나는 계속 드라마를 안 보기로 했다. 내 정신 건강을 위해서. 집에 있는 텔레비전이 그냥 장식품에 지나지 않아 너무 다행인 이유가 한 가지 더 는 셈이다. 그리고.

“제발 작가님들!, 저런 캐릭터 만들지 마시오. 그 캐릭터에 환상을 갖고 행복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화병 진하게 드는 사람도 있으니깐요. 인간적으로 좀 그러지 맙시다. 세상엔 양극이 있는 법이에요. 우리도 좀 생각해 주세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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