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꿈의 이야기「색의 길」/ 고운하
어둠과 밝음을 모두 껴안은 세상이 있다.
내 삶은 일생동안 그 모습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앎을 가지게 된다.
이런 경과 속에서 수없는 소산물과 부산물들이 생긴다.
생활의 조각들, 사고와 사건의 조각들, 감정과 이성의 조각들, 지각과 인식의 조각들, 꿈과 이상의 조각들…….
나열은 무의미하다. 사실상 모든 것이니.
거기서 우리가 갖는 것은 극히 적다.
늘 일부를 다룰 뿐이고,
그 일부를 자기만의 진실, 진리, 정의로 표방하며 전체성의 깃발로 삼는다.
그러나 전체성이란 없다. 우리가 생각하고 주장하는 모든 것은 ‘일부’이다.
나는 오랜 시간 속에서 만난 삶의 일부 조각들을,
‘있음’으로써 접하는 아주 작고 작은 조각들을 글로 쓰고 있다.
그리고 글이란 나타내는 성질이 있는 바, 이렇게 나타낸다.
나타내는 것은 자연을 지반으로 한 사물의 양태로서
대체로 상념의 상태로 흐르다가 사색의 폭포를 거치곤 했다.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알게 되는 것들을 아련하게, 예리하게, 뜨겁게 가슴에 여몄다가,
그를 수필이나 에세이 장르로 조형화시켰다.
조형화된 나의 글은 대체로 삶의 평화를 위한 꿈과 기도의 이미지를 지녔다.
영혼의 양심과 도덕으로부터,
삶의 회한과 각성으로부터,
자연의 존엄과 미관으로부터 알게 되는 바이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평화인 까닭이다.
나는 은은하면서도 명료한 중용의 흐름이 나 자신을 얼마나 평화롭게 하는지를 누누이 느껴왔다.
그러나 나는 중용을 체득치 못했고, 그 사실에 한숨을 쉬곤 한다.
체득되지 않으니 조절되지 아니하고,
조절되지 않으니 순탄한 행로에서 벗어난 삶을 살게 되었다.
그리고 이 삶이 얼마나 처절한 일이고, 부끄러운 일이고, 허허로운 일인지를 알게 되었다.
내게 있어 평화로움은 그리운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다.
자잘한 삶 하나하나마다 내가 평화롭고 싶고, 그대가 평화로웠으면 한다.
당연히 모든 이가 중용의 수레를 타고
호수의 윤슬 같은 평화로운 행로를 찾았으면 하는 꿈과 기도가 있게 된다.
부디 그러기를……
이 작고 작은 조각의 수필들로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