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인 Sep 07. 2019

태풍 오는 날, 노동자의 안전은 누가 걱정할까

태풍이 오는 날이다.


고모는 나의 작고 마른 할머니에게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단단히 경고했다고 한다. 날아갈지도 모른다고.

동생에게 만나자고 하니 문 꼭꼭 걸어잠그고 밖에 나가지 말라고 한다. 위험하다고.


태풍 오기 전날부터 경보가 온다. 12시부터 1시까지 위험하니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소리가 삐익삐익 울린다. 위험하다는 비명이 여기저기서 울리는 것만 같다.


원래 태풍 오는 당일인 오늘 오후에 일정이 잡혀 있었다. 지금 잠시 학원에서 근무 중인데 아이들의 시험대비를 위해 보충수업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위험하다는 이유로 취소되었다.


한가롭게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 잠시 먹을 것을 위해 마트에 들렀다. 오늘 같은 날에도 마트는 정상영업을 하고 음식점은 영업을 하고 있다. 음식배달도 하고 있겠지

그렇다면 노동자의 안전은 누가 걱정할까?

태풍이 오니까 밖에 나가지 마라, 창문이 깨질 수 있으니 단단히 잠그라는 담론이 가득찬 사회에서 위험과 안전은 개인화된다. 그렇다면 노동시간과 노동공간을 통제할 수 없는 노동자의 안전은 누가 걱정할까? 만약 내가 평소처럼 출근을 강행해야 했다면, 어쩔 수 없이 밖에 나가야 했을 것이다. 음식 배달 노동자라면, 심한 바람이 부는 날에도 오토바이를 몰아야 했을 것이다.


질문을 바꾼다면


우리 사회는 왜 노동자의 안전은 묻지 않는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