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숙 작가님 특유의 문체를 좋아한다. 투박하고 거침없으며 그래서 우아한 문체. 최현숙 작가는 일상에서 쓰이는 투박한 언어로 일상의 투박한 풍경을 직시하고 그려낸다. 그녀의 글에서만큼은 가장 못 배우고 가장 상스러운 이, 그래서 천대와 혐오의 대상이 되는 이가 주인공이다. 팔순 어머니의 지난한 넋두리, ‘요즘 것들’ 위시하며 핏대 세우는 할아버지, 노숙자의 인권을 논하며 노숙자를 피하고자 했던 자기 자신이 그녀 글의 주인공이다. 그것이 최현숙의 정치다. 젠더와 계급이라는 첨예한 정치성을 잃지 않으며 가장 차별받는 이들의 넋두리를 ‘듣는 것’이 그녀가 아는 가장 왼쪽의 정치이기 때문이다.
투박한 단어로 투박한 삶을 담은 그녀의 글은 더없이 우아하고 깊다. 젠더와 계급, 나이듦 등 교차하는 소수자성과 정상 이데올로기를 통찰하는 사유에도 불구하고 지식인입네하는 ‘체’가 없다. 동시에 첨예하다. 자신의 말과 글의 씀씀이가 글의 주인공들에게 있어 무례하지는 않은지, 자신이 왜 슬픔, 감동 등의 감정을 느끼는지에 대해 객관화하고 가다듬는 작가의 거리두기가 매순간 일어나기 때문이다.
촘촘히 구성된 서열과 위계주의를 성찰하고 반대하는 최현숙 작가는, ‘사랑한다’와 ‘존경한다’라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고 한다. 그런데 어쩌나? 나는 그녀의 말과 글의 씀씀이 때문에 그녀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걸.